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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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同病相憐)’ 본래의 의미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기고 돕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그 같은 어려운 처지를 당한 사람끼리는 아니지만 여당의 차기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나 정세균 전 총리가 처해진 입장을 보자면 마치 동병상련을 앓는 것 같은 형세다.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야권 후보로 지목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 구도를 이루자 이 전 대표측이 동지이기도 한 이 지사를 향해 한 소리하면서 정세균 총리 편을 들었다.

정세균–이재명 간 설전에 가세하면서 “안개 같은 지지율에 취해 이재명 지사가 오만하다”는 것이다. 내용인즉슨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 지사가 정부의 코로나 대책 회의에 자주 참석하지 않아 정부의 백신 수급 정책에 밝지 못하다고 한 말이 발단이 됐다. 이에 이 지사는 “1380만 경기도민의 도정을 챙기느라 참석치 못했다. 자신의 1시간은 1380만 시간이라고 강변했다”고 말한바, 여기에서 이낙연 전 대표 측근인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잔신의 패이스북에서 “그런 식이라면 (정세균) 총리는 내각의 수장으로서 5000만 국민의 국정을 책임지고 있으니 총리의 1시간은 5000만 시간이 된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총리 측과 이 지사 간 말싸움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점은 이것이 선제적 기싸움이기 때문이다.

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현 시점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는 여론조사의 기세를 몰아 국정 전반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며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이런 면이 달갑지 아니한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는 동병상련을 앓으며 이 지사를 견제하고 나섰다. 현재 지지율은 안개 같은데 안개가 걷히고 나면 실제가 그대로 나타나니 지지율에 장단 맞출 것도 없고 꾸준히 제 갈길 걷겠다는 것인바, 지금은 한 사람에 대해 공동 적(?)으로서 보폭을 맞추고 있으나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도 결국엔 서로가 경쟁자일지니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흔히 정치계에서는 ‘영원한 동지나 영원한 적이 없다’는 말이 있지 아니한가.

이 같이 여당의 대선 후보군이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야권의 사정이나 갈등 상황이 더했으면 더했지 수월한 편이 아니다. 국민의 심중에는 이미 야권 대선주자 자리를 굳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나 원내 야당인 국민의당에서 차기 대선주사 후보감은 있지만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한 자리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자연히 관심은 윤 전 총장에게로 모아지고 제3지대보다는 야당으로 들어와 함께 하자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윤 총장이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야당의 돌아가는 판세가 불안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야권의 승리를 위해 상호 조건 없이 당장 합당할 것 같았던 국민의힘, 국민의당이 헤게모니를 쥐려 밀고 당기는 협상은 자칫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도는 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4.7재보선 압승을 거두고 물러난 김종인 위원장이 친정집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으로 몰면서 윤 전 총장이 그곳으로 갈 게 안 된다며 윤 전 총장에게 프랑스의 ‘마크롱 모델’을 훈수하기도 했다. 정치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국민의힘 힘빼기를 노골화했다는 것인바, 무슨 일이든 간에 말꼬리를 무는 게 정치에서는 흔하다보니 김종인 위원장의 ‘마크롱 모델’ 훈수에 이번에는 국민의힘 대표 후보로 나선 권영세 의원이 “마크롱 모델은 안 된다”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이 제1야당에 입당할 것인지, 제3지대에 머물며 독자세력을 형성하고 국민지지를 얻을 것인지는 당사자 결심에 달려 있지만 그 결정에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그와 관련해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윤 총장을 받아들일 정리가 되지 않은 “국민의힘에 들어가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마크롱 모델’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나, 야권에서 주장하는 현실적인 문제, 즉 대선 출마시 돈이 많이 들고 인적자원도 소중한데 제3지대보다는 국민의힘 당적을 가지는 게 유리하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대선일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니 윤 전 총장은 상반기 중 결심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득 되는 일이 없다. 대안의 하나인 국민의힘 입당에도 그 당에서 먼저 받아들일 자세의 정지작업이 있어야 할 테고, 또 제3지대를 선언할 경우에도 대권주자로서의 입지에서 야권과 중도층과의 공감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각계 전문가와 교류하면서 안보, 방역, 경제, 환경 분야에 대해 열공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좋은 현상이긴 하지만 방벽을 치고 대권주자로서 신비에 쌓여 있을 게 아니라 현실정치에 몸을 담구는 모습이 드러나고, 관련해 시시비비가 가려지고 대권주자로서의 진국이 우러나와야 만이 비로소 야권 주자로 우뚝 설 수 있는 계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젠 시간끌기를 마쳐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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