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타워크레인 마스트에 구멍을 뚫어 설치한 CCTV. (제공: 전국건설노동조합)
GS건설이 타워크레인 마스트에 구멍을 뚫어 설치한 CCTV. (제공: 전국건설노동조합)

노동자의견 무시하고 타워크레인에 구멍뚫어

CCTV로 안전 해결하겠다는 방식에 문제제기

“노동자, 동료 아닌 회사 노예로 생각하는 것”

“말뿐인 ESG 말고, 공개사과로 책임 다해야”

“건설사들, 사회적 책임 무시한 편향된 ESG”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노동자용 감시카메라 설치를 목적으로 타워크레인에 구멍을 뚫어 붕괴위험을 초래한 GS건설을 두고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개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에 따르면 GS건설은 경기도 수원 팔달구 인계동의 주택개발 현장에서 건설 인부들을 감시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

건설노조 측은 “문제는 GS건설이 타워크레인의 수백톤에 달하는 하중을 견뎌야 하는 ‘마스트’에 구멍을 뚫은 것”이라며 “비파괴검사(X선 검사)로 발견된 미세한 균열도 문제가 되는 마스트에 구멍을 뚫는 것은 크레인의 전도와 붕괴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타워크레인 작업 중 가장 큰 압축력이 발생하는 마스트에 노동자 감시를 위해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GS건설의 안이한 안전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GS건설 측은 허울뿐인 안전을 빌미로 노동자 통제·감시에 나서더니 결국 위험천만한 장비 훼손까지 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무서워서 못살겠다’며 작업 거부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안전 전문가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 타워크레인 설비에 구멍을 뚫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타워크레인이 붕괴되면, 이는 건설 현장뿐 아니라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의 안전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GS건설이 CCTV를 설치하기 위해 구멍을 뚫은 타워크레인 마스트. (제공: 전국건설노동조합)
GS건설이 CCTV를 설치하기 위해 구멍을 뚫은 타워크레인 마스트. (제공: 전국건설노동조합)

그는 이번 일은 안전에서도 큰 문제지만, GS건설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결코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현장의 안전은 노동자의 감시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는 건설업자의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사업주가 노동자들을 작업 현장의 주체가 아닌 건설사에 부속된 노예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반대했음에도 타워크레인에 구멍을 뚫고 카메라를 설치한다는 발상을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든 감시를 받으면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 감시카메라가 많아지면 오히려 노동자들이 위축돼 사고 유발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CCTV를 설치하는 형태로 안전이 확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노조는 지난달 6일부터 9일까지 조합원 9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GS건설의 노동자 감시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는 감시방법이 대부분 CCTV를 통한 감시였다는 것이다.

노조는 “CCTV 설치만 늘리면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는 것이냐”며 “안전화나 벨트 등은 여전히 부족한데, GS건설은 보여주기식, 면피용으로 입으로만 안전을 외친다”고 비난했다.

GS건설 사망사고 발생 현황. (출처: 국토교통부)ⓒ천지일보 2021.5.4
GS건설 사망사고 발생 현황. (출처: 국토교통부)ⓒ천지일보 2021.5.4

한편 이 같은 사건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로만 ESG경영을 외치며 사람들의 눈을 현혹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최 대표는 “기업들은 ESG경영을 통해 사회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이 같은 일은 ESG경영을 역주행하는 것이고 스스로의 철학을 배반한 것”이라며 “말로만 ESG경영을 외칠 것이 아니라 GS건설 대표의 공개적인 사과와 책임자 처벌, 대책마련을 통해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안전단체의 대표는 “ESG는 분명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지만, 현재 한국 건설사의 경우에는 대부분 온실가스감축, 에너지절약 등 환경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쉽다”면서 “사회 분야인 노동 관리와 건강·안전 등에도 지속적인 투자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ESG를 외치면서 내부적으로는 근로자의 노동관리와 안전을 무시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경영자를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건설교통부의 ‘상위 100대 건설사 사망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상위 10대 건설사 중엔 유일하게 GS건설만이 4분기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관련 기관에서 안전 관련 후속 행정조치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년 동안 꾸준히 사망사고가 발생한 GS건설이 허울뿐인 ESG경영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감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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