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불가리스사태 21일만에 공식 사과

“자식에게도 물려주지 않을 것”

“회사성장만 봐 기대 부응 못해”

이광범 대표도 지난 3일 사의 표명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모든 것에 책임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 이런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린 점 사죄드립니다.”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에서 진행된 입장발표에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로는 7년 만이며 불가리스 사건 이후 21일 만에 “직접 입장발표를 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홍 회장은 등장하자마자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먼저 온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했을 국민과 현장에서 상처받고 어려운 날을 보내고 있을 직원, 대리점주 낙농가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가공 업체로 오랜 기간 사랑받았지만 회사 성장만 바라고 달려오다 보니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희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시인했다.

홍 회장은 앞서 밀어내기 사건과 황하나 마약 투약 의혹 사건, 온라인 댓글 등의 논란이 빚어졌을 때 직접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심각하다는 인식 하에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사퇴의 입장을 발표하며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죄송하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믿어주고 성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첫째 아들이자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인 홍진석 상무는 이번 사태와 함께 회삿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있어 보직 해임된 상태다. 전날이었던 3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 또한 임직원들에게 보낸 단체메일에서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겨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며 “남양 가족에게 커다란 고통과 실망을 줬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다만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실책에 대한 비난은 무엇이든 달게 받겠다”고 사의를 표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개최해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등의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가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종 단계인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남양유업은 지난달 16일 1차 사과문을 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5일 남양식품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며 남양유업 세종공장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에 영업정지 2개월도 요청했다. 세종시는 오는 30일까지 남양유업 측 의견서를 받고 영업정지 명령을 확정할 방침이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창업주인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아인슈타인우유 등의 제품을 선보이며 회사 성장에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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