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일가. (출처: 연합뉴스)
삼성 일가. (출처: 연합뉴스)

시가계산 ‘보유주식 3%’ 넘어

삼성전자 주식 32조 처분해야

통과시 지배구조 타격 불가피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20.76% 중 10.44% 상속받기로 한 가운데, ‘삼성생명법’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인 10조원까지만 가질 수 있게 돼 31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만큼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 일가의 삼성생명 지분 양보에 힘입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20.76%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38%를 상속받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이자 삼성생명 개인 최대주주, 삼성전자 개인 2대 주주가 됐다. 이는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뜻한다.

상속 이후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장악력이 여전히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셈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8.13% 확보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굳히는 동시에, 삼성생명 지분 10.44%까지 보유하며 그룹 장악력을 더욱 강화했다.

나머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의 이건희 회장 지분은 이재용 부회장과 아내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법정 비율대로 상속했다. 삼성생명 지분만 이재용 부회장 절반, 이부진 사장 6.92%, 이서현 이사장 3.46% 순으로 상속됐다.

다만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보험업법 개정안)’이 변수로 남아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 재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제출한 이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 당시 가격이 아닌, ‘시가’로 평가하도록 했다.

두 의원이 제출한 법안 모두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 총자산의 3%로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험사가 고객의 돈으로 투자하는 만큼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8.51%(5억815만7148주)의 취득원가는 5444억원으로, 삼성생명 총자산인 336조 5693억원의 0.16%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를 시가 기준으로 바꾸게 되면 3일 종가 기준(8만 5000원)으로 43조 1933억원에 달해 삼성생명 총자산의 3%인 10조 970억원을 훌쩍 넘게 된다.

따라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32조원(지분 6.6%) 가량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게 되면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배력 역시 약화된다. 삼성 일가가 양보를 통해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인 것이 무위로 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의 지배권이 약해진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55% 넘게 갖고 있는 데다 반도체 전쟁도 중요한 시점에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도 감옥에 가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무리하게 법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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