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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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명절이 있다. 3대 명절은 공식적으로 춘절(春節), 단오절(端午節), 중추절(中秋節)이다. 춘절은 음력 1월 1일이다. 한국의 설날과 같다. 가족들이 모여 보통 만두를 먹는다. 만두 모양이 둥글다. 때문에 친인척들이 모여 원을 형성해 맛난 것을 나누는 모양을 상징한다.

만두에 들어가는 재료는 지역마다 다르다. 단오절은 음력 5월 5일이다. 쫑즈(粽子)를 먹는다. 대나무 잎에 찹쌀을 넣는다. 찹쌀 안에 대추, 고기, 설탕을 넣고 찐 음식이다. 중추절은 음력 8월 15일이다. 한국 추석과 비슷하다. 대표적 음식은 월병(月餠)이다. 보름달을 상징하는 둥근모양이다. 속 재료는 계란, 단팥, 견과류 등 다양하다. 요즘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중국동포들이 많이 사는 안산 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공식적 전통의 3대 명절 이외 추가돼 중화 인민공화국 탄생일 10월 1일이 있다. 그리고 메이데이라고 칭하는 5월 1일 노동절이 있다.

가히 5대 명절이라고 불러도 되듯이 근래 들어 후자 2개의 명절은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공산당의 일당전정(一黨專政)이라는 정치적 수요에 의해 국경절과 노동절이 인민들에게 더욱더 각인되는 양상이다. 5대 명절들의 공통점은 첫째, 친인척들이 모여서 흥을 내면서 정을 나누고, 먹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많은 인구들이 도시와 농촌간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 둘째, 당일만 쉬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에서 2주까지 긴 연휴가 진행된다.

춘절, 단오절, 중추절은 음력이라고 한다면, 중국이 생긴 국경절과 노동절은 양력이다. 특히 추가된 국경절과 노동절은 정치적 상징성이 농후하니, 전통의 3대 명절보다 더 부산하게 중앙정부가 움직이고 관련 보도도 적지 않게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하자는 것은 가장 근자에 있는 노동절이다. 금년 노동절은 5월 1일부터 9일까지 쉬는 날로 정해 졌다. 한국에서는 근로자의 날이라고 칭하지만,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하는 중국은 노동절이라고 고집한다.

전 세계 무산계급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 학교, 공공기관 등 모두 쉬고 놀러간다는 인식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 생활수준이 향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80여 개국이 노동절이 있다. 어느 국가도 중국만큼 긴 연휴를 갖지 않는다. 베이징의 천안문광장과 고궁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코로나19로 인해 자금성 입장객을 3만명으로 이번에는 제한했다.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이 인근 징산공원이나 베이징공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보도도 나온다. 중국전역에서 금번 연휴기간만 2억 6500만명이 움직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휴 첫날 만해도 베이징공원에 114만명 인파가 모였다. 노동절을 맞아 중국정부는 소비심리를 촉진시킬 호기로 삼고 있다. 감염보다 경제회복이 중요한 듯하다. 중국에서는 역대로 노동절 연휴기간을 소비심리를 가늠하는 척도로 삼고 있다. “진정한 노동은 행복을 창조한다.” 5대 명절로 승격한 노동절이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자처하는 중국에서 노동자들에게 행복한 날로만 기억되길 바란다면 괜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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