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근 북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출처: 연합뉴스)
권정근 북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출처: 연합뉴스)

권정근 “美외교는 허울일 뿐”

미국무부 北인권 상황 비판엔

北외무성 “반드시 후회할 것”

한미 회담까지 北자제 관측도

[천지일보 김성완 기자] 북한이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북핵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한데 대해 “미국 집권자가 지금 대단히 큰 실수 한 것”이라며 상응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행정부가 외교와 억지라는 큰 틀 외에 그간 북한이 요구해온 적대정책 철회 등 만족할 내용을 내놓지 않자 불쾌감을 드러낸 셈인데, 향후 군사도발 가능성 등 보복을 시사해 우려가 제기된다.

◆권정근·외무성 연이은 담화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의회 발언을 거론하고 “미국의 새로운 대조선정책의 근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여지없이 표출한 것이다.

이어 그는 “미국이 주장하는 외교란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가리기) 위한 허울 좋은 간판에 불과하다. 억제는 북한을 핵으로 위협하기 위한 수단일 따름”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집권자가 첫 시정연설에서 대조선 입장을 이런 식으로 밝힌데 대해서는 묵과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북한은 권 국장에 이어 바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대북인권단체와 탈북자단체 등이 주관한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성명을 내고 북한 인권 상황을 비판한데 대해서도 강력 반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한 것은 우리와의 전면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라며 “앞으로 북한이 미국의 새 정권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에 대한 명백한 답변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어서 인권은 곧 국권”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알아들을 만큼 경고했는데, 경고를 무시하고 경거망동한 데 대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인권 비판이 적반하장이라는 얘기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연석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연석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상응 조치’ 거론한 北, 도발하나

북한이 연이은 담화를 내며 즉각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데다 상응한 대응 조치를 언급한 만큼 조만간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3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3월 17~18일) 전후 잇따른 담화 발표에 이어 21일 대함 순항미사일 2발을 서해상으로, 25일 개량형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KN-23) 2발을 동해로 시험 발사한 바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마디로 미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이다. 검토가 완료됐다고 하니 경고 메시지를 통해 압박 카드로 활용하는 등 더 많은 것들을 얻어내기 위한 행보”라며 “물론 낮은 수위의 도발을 배제할 순 없지만, 아직까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나갈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특히 인권 문제에 대한 미측의 언급은 북한 입장에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경고용”이라면서 “그렇다고 김정은 정권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이다. 수위 조절하는 선에서 도발할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대외정책을 관장하는 김여정이나 최선희의 담화 대신 외무성 국장 명의 담화에 그쳤다는 점에서 북한이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는 21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까지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며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 (출처: 연합뉴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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