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과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4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후보군에 들지 않았다. 이로써 박 위원장은 후보 4명을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했으며, 박 장관은 조만간 이들 중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할 예정이다.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빨라야 5월 말쯤에나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권력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싸고 그 간 끊임없는 갈등과 충돌이 벌어졌던 점을 감안한다면 신임 검찰총장의 책무는 너무도 막중하다. 일단은 검찰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하루빨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도 급선무다. 박범계 장관이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 최종 1명을 제청할 때 그 어떤 정치적 고려도 배제해야 할 것이다.

사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놓고 벌인 검찰과 법무부의 오랜 충돌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과해도 너무 과했다. 어느 한 쪽의 정당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삶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그런 파워게임을 일 년 이상 지켜보는 국민은 지치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큰 오점으로 남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늦긴 했지만 검찰조직이 일단 정상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 후보자 1명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될 것이다. 일단 후보자가 결정되면 정치권은 당연히 치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묻고 따지면서 국민적 눈높이에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또 지루한 의혹 제기나 소모적인 정쟁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검찰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워낙 정파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의 사법화’가 큰 문제가 됐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는 없고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정치판이라면 그건 ‘정치의 종말’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정치의 사법화로 인해 검찰권력이 너무 커졌기 때문일까. 이제는 ‘검찰의 정치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몇 년 동안 ‘검찰 발 정쟁’이 끊임없이 반복됐던 것은 정치의 비극임과 동시에 검찰의 한계였다. 그 피해는 그대로 국민의 것이 되고 말았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만간 검찰총장 후보자가 결정될 것이다. 정치권은 좀 더 차분하고 냉철하게 후보자를 검증하고, 검찰도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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