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NYSE에 이날 상장된 쿠팡 주식은 63.5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출처: 연합뉴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쿠팡의 동일인(총수)이 ‘쿠팡’이 됐다.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실질적으로 쿠팡을 지배하고 있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동일인이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됐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다음 달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공정위는 신규 집단 8개의 동일인을 확인·지정했고 현대차그룹과 효성 2곳의 동일인을 변경했다.

◆외국인 동일인 규제 어려워 제외

쿠팡은 자산총액이 5조 8000억원이 되면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고, 쿠팡㈜이 동일인이 됐다. 김 의장은 미국 회사 ‘쿠팡 Inc’를 통해 한국 법인 쿠팡㈜를 지배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로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 의장을 지정하지 않은 이유다. 또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든 쿠팡㈜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든 계열사 범위는 동일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쿠팡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이익을 벌어들이는 기업인데도 김 의장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규제망을 벗어나게 된 만큼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공시 의무가 생기고 지정자료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진다. 하지만 김 의장은 쿠팡 Inc 지분율이 76.7%에 달하는데도 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결국 외국인에게 국내법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는지에 관한 실효성 문제인데 만만치가 않다”며 “아마존코리아나 페이스북코리아 자산이 5조원이 넘었다고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형사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것인지 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직에 선임됐다. 사진은 정의선 회장.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0.10.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직에 선임됐다. 사진은 정의선 회장.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천지일보 2020.10.14

◆정의선·조현준 총수 지정… 8곳 대기업집단 신규 지정

공정위는 정의선 회장이 작년 10월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했고, 정몽구 명예회장의 의결권 행사를 정 회장에 포괄 위임해 사실상 최다출자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지주사 ㈜효성의 최다출자자인데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의결권 행사를 조현준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이 고려됐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조석래 명예회장 모두 고령이라 경영복귀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에 쿠팡과 함께 현대해상화재보험, 한국항공우주산업, 중앙,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엠디엠, 아이에스지주가 새롭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올랐다. KG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빠졌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 형평성 논란을 보완하기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한국계 외국인이 국내에 대기업집단을 만든 사례가 처음 등장했고, 국내에 친족도 있다”며 “이런 경우 어떻게 할지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71개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작년 매출(1344조 5000억원)은 한해 전보다 4.1% 감소했다. 기업집단별 평균 매출은 21조 9000억원에서 18조 9000억원으로 13.7%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9.4%(48조원→43조 5000억원) 줄었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현대차(-4조 2000억원), 롯데(-3조 2000억원), 두산(-2조원) 순이다.

반면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이었다가 자산이 10조원 이상으로 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된 곳은 셀트리온, 네이버, 넥슨, 넷마블, 호반건설, SM, DB 총 7곳이다. 이들은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규제를 추가로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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