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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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꽤 많은 시간동안 숨이 차게 달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느낌은 아이러니하게도 초콜릿을 맛있게 먹다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느끼는 아쉬움이다. 어떤 때에는 아쉬움을 넘어서 속이 상하기도 한다. 먹은 것보다 얼마 남지 않은 초콜릿 때문에 속이 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면 주변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얼마 전에도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만난 지인과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분 아들이 군대 다녀와서 취업을 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세월의 빠름에 대해서 공감을 하게 됐다. 왜 이렇게 세월이 빠르냐는 필자의 푸념에 다음과 같은 답을 보내왔다.

‘세월이 빠르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건강하고 행복한 덕분입니다.’

쉽게 흘려버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며칠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불행에는 무척 예민하게 느끼면서도 행복에는 얼마나 무디게 느끼며 살아왔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의 속도를 나이에 비유해 30대에는 30킬로미터, 40대에는 40킬로미터, 60대에는 60킬로미터로 달리는 느낌이라고 한다.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빠르다고 느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문제는 70대 80대가 되어도 이렇게 빠르다고 느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언젠가 본 독립영화 중에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영화 속에서 김혜자씨는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이다. 아이들은 무척 성공해서 외국에 나가 있고 본인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크고 넓은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런데 외국에 있는 아이들과는 통화도 제대로 되지 않고 생일인데도 누구하나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과연 세월이 빠를까? 혹시라도 오게 될 아이들만 기다리면서 사는 삶은 그다지 바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 사람이 그리운 김혜자씨는 일부러 냉장고를 고장 내고 AS기사를 부른다. 기사에게 자신이 생일이라면서 미역국과 식사대접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과연 잘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 로마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키케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당신이 혼자 하늘 위로 올라가 아무리 멋진 우주 광경과 아름다운 별을 본다 해도 전혀 기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자신이 본 아름다운 광경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대를 찾은 후에야 비로소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인과 주고받은 문자처럼 만날 사람이 많고, 할 일이 많고 세월이 빠르다고 느낀다면,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혹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감을 좀 예민하게 느끼는 연습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무척 덥거나 추운 곳에서 시간이 안 가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면 반대로 시간이 빨리 가는 현재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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