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000만원대까지 하락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후 1시 비트코인은 58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6500만원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루 만에 다시 6000만원선도 내준 것이다. 업비트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처음이다. ⓒ천지일보 2021.4.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5000만원대까지 하락한 가운데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오후 1시 비트코인은 58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6500만원선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루 만에 다시 6000만원선도 내준 것이다. 업비트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처음이다. ⓒ천지일보 2021.4.23

금융위원장 자진 사퇴 국민청원 12만 9천명 돌파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여과 없이 드러낸 이후 투자자들의 분노와 불안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3년 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경고한 뒤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폭락한 전례를 따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 시장 과열에 따른 투자자 피해’와 관련해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규정하면서 “오는 9월 가상화폐거래소가 대거 폐쇄될 수 있다”고도 경고한 것이다. 소득에 따른 세금은 내되 가상자산을 투자와 화폐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기를 당해도 보호해줄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은 위원장의 자진 사퇴와 해임을 요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고, 현재 각각 12만 9천여명, 7600여명 동의를 얻었다. 12만 9천여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인은 자신을 30대 직장인으로 소개하며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 투자 관련)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했다”는 말을 들어 “대한민국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렸는지, 그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말에 책임을 지시고 자진 사퇴하십시오”라고 적었다.

정부가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피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8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암호화폐 거래는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까지 겹치면서 1년여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탔다. 당시 연초 약 2500만원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은 한 달여 만에 880만원대로 급락했고, 연말에는 400만원대까지 급폭락했다.

3년 만에 또다시 정부 고위관계자의 비슷한 발언이 나오자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30대 투자자 A씨(31)는 “정부 당국자들은 이미 부동산으로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뒀으면서, 젊은이들의 코인 투자만 작정하고 비판하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0.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천지일보DB

일부 여권 인사들도 은 위원장 발언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암호화폐 시장이 위험하니 막겠다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고, 폐쇄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세대는 그들의 삶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 가능성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의 전용기 의원 역시 “왜 청년들이 주식, 코인에 뛰어드는지 이해했다면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 또한 “이미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서 금융거래로 보고 세금도 걷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코인 관련 공시의 사실 확인이나 가격 조작 세력 단속 등 최소한의 보호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은 너무나 뻔뻔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거들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6시 12분 기준 2만 798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4시간 전 대비 5.61% 하락한 수치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4시 30분까지 5만~4만 9000달러를 오갔으나 급락세로 돌변했다.

같은 시각 한국 거래사이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3.07% 하락한 5898만5000원에 거래됐으며 도지코인은 이날 오후 24시간 전 대비 11.33% 하락한 24센트를 기록했다. 도지코인은 최근 주간 400%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27~28센트 선을 유지하다 1시간 전부터 급락했다.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협회장 연삼흠 박사)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금융위원장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며 국가, 정부, 금융위의 역할도 모르는 후안무치한 인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2021년 1/4분기에만도 신규 투자자가 400만이나 증가한 산업에 대해 엉뚱한 발언으로 충격을 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발언 자체가 정치가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본인 생각만으로 불안하다고 무조건 제재를 걸어 패업을 종용하고 국민들의 안위도 생각없이 말을 함으로써 불안만 가중하는 처사는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연삼흠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장은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은 인정하지만 그 결과물인 가상자산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어패가 있다”면서 이는 “결국 부처별로 블록체인 기술에 관한 법률상 정의가 명확히 내려져 있지 않다보니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립이 하루빨리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실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신규 가입자(신규로 실명계좌 연동한 이용자) 수는 249만 5289명이었고, 그중 만20세부터 만 39세까지의 신규 가입자 수는 158만 4814명으로 전체의 63.5%였다. 신규 가입자 중에서도 만 20~29세 가입자 수는 81만 6039명으로 가장 많았고, 만 30~39세가 76만 8775명이었다. 이는 곧 현재 가상화폐의 광풍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2030세대라는 의미다.

가상화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상화폐 비트코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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