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 도입 이후 첫 구속에 최대규모 적발
의사 212명에 설문조사 빙자 금품 뿌려

(서울=연합뉴스) 의약품 납품 대가로 수십억원대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의사와 약사, 병원간부, 의료법인 임원, 제약업체 대표 등 11명이 당국의 합동단속에 적발됐다.

지난해 11월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의사ㆍ약사와 제약업체 임직원을 동시에 처벌하는 제도) 도입 이후 의사 등을 구속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발각된 리베이트 액수는 최대 규모다.

한 제약업체 사장은 약품 사용 후기 설문조사를 빙자해 대규모로 리베이트를 뿌렸다가 들통났으며 돈을 받은 의사 200여명에게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은 지난 두 달간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의약품 유통업체 S사 대표 조모(56)씨와 리베이트를 받은 M병원장 김모(37)씨, S의료법인 이사장 조모(57)씨 등 3명을 약사법,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수사반에 따르면 유통업체 S사 대표 조씨는 2009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전국 7개 병원에 리베이트 선급금 9억여원을 제공하고 이와 별도로 23개 중소 병·의원, 약국에는 월 매출액의 일부를 모아 2억8천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2월에는 경남 진주에서 개원 준비 중인 병원에 납품업체 선정 대가로 8억여원을 무상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와 조 이사장은 작년 말 납품업체를 바꾸면서 S사로부터 리베이트 선급금으로 각각 2억원과 1억5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반은 이들 외에도 S사로부터 350만원∼7천여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약사 4명, S사 영업사장, 의약품 도매상 대표 등 6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수사반은 2009년 1월∼작년 말 전국 병·의원, 약국에 총 38억여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중견 제약회사 K사 대표 이모(58)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쌍벌제 도입으로 현금 리베이트 제공이 어렵게 되자 시장조사업체 J사와 계약을 맺고 의사 212명에게 자사 제품 사용 후기 설문 조사를 하게 하고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설문조사 건당 5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자사 제품 처방 의사들에게 처방액에 비례해 리베이트가 지급될 수 있도록 J사에 조사 대상 명단과 의사별 설문 건수를 지정해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이런 식으로 특정 의사에게 최대 336건의 설문조사를 벌이고 1천200여만원을 몰아주기도 했다고 수사반은 설명했다.

수사반은 이씨로부터 설문조사 대가로 돈을 받은 의사 212명에 대해 면허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고 조사업체 J사 대표 최모(57)씨를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된 사람은 의사 3명, 약사 1명, 병원간부 및 의료법인 임원 2명, 제약업체 및 의약품 유통업체 임직원 5명 등이다.

수사반장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김창 부장검사는 "쌍벌제 시행 이후 여전히 억대의 리베이트 선급금이 오가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지속적인 단속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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