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양도소득세 인상안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를 억제할 것을 우려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큰 손실을 기록했다.
23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1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39.6%로 두 배 가까이 올리는 계획을 포함한 미국 세법 개정안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장 인기 있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4만 7555달러까지 급락하며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5만 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데이터 추적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더리움(ETH)과 리플(XRP)도 각각 3.5%, 6.7% 하락했으며 올해 약 8000% 급등했던 도지코인도 20% 하락했다.
닉 스패노스 비트코인센터 창업자는 이날 로이터에 “가격 상승률 높은 비트코인 보유자는 시세 차익으로 인해 증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비트코인이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2월 말 이후 주간 최저치인 11.3%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여전히 72% 상승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 이슈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일부 트레이더와 분석가들은 현재의 하락세가 일시적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루드 펠트캄프 크립토호퍼 대표는 “바이든의 세금 계획이 비트코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비트코인은 단지 오랫동안 상승했기에 조정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돈 궈 브록타콘 최고경영자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계속해 매입 단가를 조절하며 새로운 알트코인을 사들이는 등 이번 하락장에서 포트폴리오를 넓힐 기회로 볼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경우 투자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암호화폐 단속을 다시 시작하면서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정부가 4~6월 중 가상자산과 관련해 단속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관련 “잘못된 길”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한 이후에도 하락세를 보였다. 가상화폐 가격 비교 사이트인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국내 소매 광란의 지표인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은 20.9%에서 7.18%로 하락했다.
김치 프리미엄은 한국 거래소와 다른 곳에서 암호화폐 가격을 비교할 때 널리 추적되는 지표다. 이러한 시장 격차는 한국의 자본 통제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거래소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 등에서 비롯된다.
이같이 가상화폐가 하루아침에 큰 폭으로 하락하자 효과적인 통화가 될 수 없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안전한 대비책이 아니라는 비난도 나왔다. 이날 베스트셀러 ‘블랙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는 CNBC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폰지 사기(불법 다단계 금융사기)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오래 일한 뒤 뉴욕대 교수를 지낸 탈레브는 과거 비트코인에 대해 호감을 가졌던 데 대해 “처음에는 그것(비트코인)이 거래에서 사용되는 통화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내가 속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5%씩, 한 달에 20%씩 움직이는 것이 화폐가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탈레브는 또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비트코인보다는 부동산을 구입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날 5500만원대까지 떨어졌던 1비트코인 가격은 24일 오후 3시 기준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전날 대비 약 5% 증가해 6038만 1000원까지 올랐다. 이더리움과 리플 등 나머지 코인(알트코인)들도 대부분 소폭 반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