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것에 대한 논란이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시간‧장소‧상황 모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비대위원장은 전날(22일) 현충원을 방문했고 방명록에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시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적으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다만, 장소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윤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이 그분들에 대해 충분히 마음으로부터 사과를 드리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그분들을 찾아가거나 뵙자고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며 “신원이 밝혀질 수 있기 때문에 제가 그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방명록에도 남겼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 강제추행 사건 피해자 A씨는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자신은 현충원에 안장된 순국선열이 아니라며 도대체 왜 현충원에서 제게 사과를 하시냐. 윤 비대위원장의 현충원 사과는 너무나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시간과 장소‧상황이 모두 부적절한 어처구니 없는 사과 방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현충원은 조국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숭고한 곳”이라며 “거기서 지금도 살아 숨 쉬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순국 선열들에게 성범죄 사죄를 왜 해야 하는가. 진지한 고민도 없이 오로지 쇼만 하는 것”이라며 “경건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반성의 자세로 살길 바란다. 집권당 대표로서 부끄러운 마음과 죄송스러운 마음을 선열들에게 갖길 바란다. 순국선열들 앞에서까지 정치 쇼를 해서야 되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도 논평에서 “무엇보다 당사자인 피해자가 진정한 사과로 여기지도 않고 있고,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요청했으니 피해자에게는 3차 가해를 한 셈”이라며 “촛불이 활화산이 되어 폭발하기 전에 기치진심(期致盡心)으로 남은 1년 민생을 보다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