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2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3년 이른바 ‘김영란법’의 일부로 국회에 제출한 지 8년 만의 일이다.

그 후 국회는 2015년 ‘김영란법’을 처리할 당시 이해충돌방지 부분은 제외시킨 채 청탁금지 부분만 겨우 국회를 통과시켰다. 사실상 태어날 때부터 반쪽이었다. 이에 따라 여론의 비판이 거셌지만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는 시늉만 낼 뿐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되곤 했다.

우여곡절 끝에 8년 만에 이뤄낸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의 공적지위와 사적이해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사전에 신고 또는 회피함으로써 이해충돌의 상황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도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 지방의회 의원들까지 포함해서 약 190만명의 공직자들까지 넓혔다.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사적인 이익을 취득할 수 없도록 법적 차단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토지와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에겐 토지나 부동산을 보유, 거래할 경우 14일 이내 미리 신고토록 했다.

또한 공직자 본인과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존비속도 부동산 신고대상에 포함시켰다. 잘 정착된다면 공직사회의 신뢰를 더 높일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매우 환영할 일이다.

사실 이번에 이해충돌방지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은 최근 LH 직원들의 땅투기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4.7 재보선에서의 민주당 참패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차단할 강력한 법적 통제장치가 필요했다. 국민의힘도 야당이지만 이에 반대할 그 어떤 명분도 실리도 없었다. 어렵지 않게 소관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 하겠다.

앞으로 법사위와 국회 본의의 처리만 남았다. 하지만 일각의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귀에 거슬린다. 190만명의 공직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은 상식 밖이다. 일부 부패한 공직자들의 반사회적 범죄로부터 대부분의 공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향적 인식은 왜 못하는 것인가. 자칫 오는 29일로 예정된 본회의까지 또 지루한 힘겨루기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4.7 재보선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관련 법안을 비틀거나 흔든다면 그 역풍을 오롯이 감내해야 할 것이다. 마침 차기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헤아리지 못한다면 4.7 재보선 때의 민주당 꼴을 면치 못할 것임을 국민의힘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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