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4.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4.21

약 5개월 전 대국민 사과

초선‧소장파, 강력 반발

“탄핵 부정하는 사람 적어”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다시 띄운 가운데 당 내부에서는 중도층 이탈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한 지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인도적 차원에서의 사면론을 건의할 수는 있지만, 탄핵의 정당성까지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면론의 발단은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말하면서였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사법처리돼 징역형에 벌금과 추징금을 낼 만큼의 범죄를 저질렀는지 보통 상식을 가진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며 탄핵의 정당성까지 거론했다.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날 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직접 건의했다. 오 시장은 브리핑에서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식사 자리에 임했는데 박형준 부산시장이 먼저 말했다”며 “저 역시 같은 건의를 드리려고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당 전체 의견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일부 초선 의원들과 소장파는 사면론을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김재섭 비대위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사과 이후 불과 4개월 만이다”라며 “20·30대 지지자분들도 저에게 ‘다시 옛날 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라는 연락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보수정당이라고 했을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가 ‘법치주의’인데 이를 정면으로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탄핵 자체를 부정하는 분들은 극히 일부라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전날(21일) “탄핵은 정당했다”며 “당에서 먼저 사면을 꺼냈을 경우 ‘선거에서 이기더니 가장 먼저 하는 게 그거냐’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서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이 글을 서 의원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물러난 것은 역사와 국민에 큰 죄를 저지른 것으로, 그런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전남 지역의 당협위원장 일동도 성명을 내고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와 탄핵에 다시금 간절히 사죄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면보다 민생에 더 신경 쓸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은 초선 의원과 소장파의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원의 표심 반영이 많은 전당대회의 경우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한 태도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권성동‧김태흠‧유의동 후보들은 모두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에 대해 찬성입장을 밝혔다. 어느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사면 문제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태흠 의원은 “죄의 유무를 떠나서 두 전직 대통령 두 분이, 과거에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던 전직 대통령도 이렇게 오래 감옥에 있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내년 대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론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에 발목을 잡으면서 중도층 확보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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