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맞아 기념 리사이틀을 예술의전당에서 펼쳤다. (사진제공: 크레디아)

피아니스트 백건우 ‘리스트 탄생 200주년 기념 리사이틀’

[천지일보=김명화 기자]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리스트(Liszt Franz)와 함께 순례의 길을 나섰다.

지난 19일 백건우가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맞아 종교․철학적 성격이 짙은 리스트 작품을 선별해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했다.

‘문학 그리고 피아노’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음악회에서는 <순례의 해 제1년-스위스> 중 ‘오베르만의 골짜기’, <시적이고 종교적인 선율> 중 ‘사랑의 찬가’, <메피스토 왈츠 1번>, <위로> 3번 내림라장조 등이 무대에 올려졌다.

저음부의 담담한 선율로 시작된 ‘순례의 해 제1년’이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이 작품은 프랑스 문인 세낭쿠르가 1804년에 발표한 소설 <오베르만>을 읽고 리스트가 작곡한 곡으로 프랑스 혁명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과 전쟁으로 인해 나타난 인간 내면의 갈등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백건우는 이 곡을 절제된 감정을 유지하며 거침없이 연주해 나갔다. 다이내믹하면서도 압도적인 파워를 가진 연주는 대중을 200년 전 작곡가 리스트에게로 인도해 줬다.

두 번째 연주곡 ‘사랑의 찬가’는 리스트가 평생 종교적 동반자로 생각하며 사랑했던 카롤린 비트겐슈타인 후작부인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리스트의 경건한 신앙 고백과 신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 연주에서는 백건우 특유의 묵직하고 진지한 감성을 엿볼 수 있었다. 리스트의 심오한 종교성과 연인에 대한 피 끓는 애정을 다채로운 음색과 정교한 테크닉으로 살려냈다.

한편, 이날 앙코르 공연에는 백건우의 아내 윤정희 씨가 등장해 시를 낭독했고 이어 백건우가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연주해 관객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백건우는 오는 2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에서 ‘후기작품 그리고 소나타’라는 주제로 리스트 탄생 200주년 기념, 두 번째 공연을 할 예정이다. 리스트 후기 작품으로 구성된 이 공연에서는 대담하면서도 정교한 백건우의 연주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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