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 (캡쳐: 국민청원) ⓒ천지일보 2021.4.2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 (캡쳐: 국민청원) ⓒ천지일보

백신 접종 후 19일 만에 사지마비

靑청원 “정부 기관들 ‘나몰라라’”

“‘안전하다’면서… 배신당한 기분”

전문가들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가 오게 돼 입원한 간호조무사의 배우자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책임론’이 부상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속한 보상을 통해 백신 접종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면, 해당 간호조무사의 남편이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백신 접종을 하고, 사망했거나 중증후유증을 앓고 계신 많은 분들. 앞으로 저와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는 수많은 국민을 위해 용기를 냈다”며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청원자는 “현재 병원에 입원한 아내는 우선 접종 대상자여서 백신을 선택할 권리도 없었다”며 “입원 3~4일 전부터 전조증상이 있었으나, 정부의 부작용 안내 부족으로 알아채지 못했고 정부의 말만 믿고 ‘괜찮아지겠지’ 하며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전되기를 기다렸지만 아내는 백신 접종 후 19일 만인 지난달 31일 사지가 마비돼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며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이라는 병명을 진단 받았다. 담당 의사를 만나 6개월에서 1년 정도 치료와 재활을 해야 할 수 있고,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청원자는 “아내 치료에 신경 쓰기도 벅찬데 치료비와 간병비가 일주일에 400만원씩 나온다”며 “그런데 보건소에서는 치료가 모두 끝난 다음 치료비와 간병비를 일괄 청구하라고 하고 심사 기간은 120일이나 걸린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질병청에서는 조사만 해가고 그 이후로는 깜깜무소식이었다”며 “ 질병청에 전화하면 시청 민원실로, 시청 민원실에 전화하면 구청 보건소에 (연락하라고) 핑퐁을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보도가 되니 정부는 ‘해외 사례는 있지만 인과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며 또 한 번 억장을 무너뜨렸다”며 “의학자들이 풀어내지 못하는 현상을 의학지식도 없는 일반 국민이 그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까”라고 토로했다.

그는 “국가를 믿고 백신을 접종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형벌뿐”이라며 “선택권도 없이 국가의 명령에 따라 백신을 맞았는데, 한순간에 건강도 잃고 막대한 치료비라는 현실적 문제까지 떠안게 됐다”고 호소했다.

청원자는 “‘안전하다, 부작용은 정부가 책임진다’라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믿었다”며 “저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고액의 진료비가 소요되는 사례는 심의가 나오기 전에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뉴시스에 따르면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국은 접종 위험보다 이득이 더 크다는 논리를 펴지만, 개개인의 국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접종을 하는 셈”이라며 “지금 접종률이 3%인데, 앞으로 이 같은 사례는 더 나올 거다. 신속한 심의와 보상이 뒤따라야 접종률을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뇌 척수염의 경우 MRI(자기공명영상법) 촬영도 해야 하는데, 진료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례가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 정부가 진료비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상반응 심사와 보상 심사가 별도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상반응 심의 건수가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늘어나다 보니 보상 심의도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의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평상시 예방접종 시스템이다. 평가 체계와 인력 풀(Pool)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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