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뭘 봐”라고 말하는 각설이 인형을 안고 있는 최기순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각설이 인형 통해 세상과 소통
가볍고 영구 보존 가능한 점이 매력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닥나무에서 생산된 종이로 만든 인형. 닥종이 인형은 100% 천연 닥종이로만 만들기 때문에 영구 보존도 가능하고 가볍다. 또 표정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형을 원래부터 좋아했어요. 만들기도 했죠. 사람이 짓는 표정처럼 인형에도 다양한 표정을 담고 싶어 하던 찰나 우연한 계기로 닥종이라는 소재를 알게 됐어요.”

그는 닥종이 외에 다른 재료로도 사람의 표정을 만들 수 있지만, 닥종이만큼 작가의 의도를 반영해 살아있는 표정을 담을 수 있는 재료는 없다고 말한다.

닥종이는 닥나무 껍질에서 채취되는 천연 소재이기 때문에 부드럽고 질기며 다루기가 쉽다. 닥종이인형연구소 최기순 작가는 닥종이가 가진 장점 때문에 20년 전부터 닥종이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 “각설이 인형은 모든 것을 대변해 주죠”

최 작가의 연구소에는 익살스러움, 즐거움, 사랑스러움, 쑥스러움 등 다양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 각설이 인형들이 많이 있다.

각설이 인형을 만들 때 가장 행복하고 즐겁다는 최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각설이의 표정에 담는다. 왜 하필 각설이일까.

그는 “각설이는 모든 것을 해학적으로 풀 수 있게 해준다. 인형에 대해 설명하기 쉬울뿐더러 보는 이들도 즐거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설이 인형에 다양한 표정을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래하는 각설이, 쑥스러운 각설이, ‘사랑 한 푼 주세요’하는 각설이, 왕초 각설이 등 표정도 제각각인 각설이 닥종이 인형들은 하나같이 작가의 창작품이다.

“각설이를 보면 우리나라 역사를 알 수 있어요. 인형을 본 어르신들은 각설이가 많던 옛날에는 어려웠지만 먹을 것을 조금씩 나누면서 이웃과 서로서로 도우며 살았다고 회상하시곤 해요.”

그의 연구소 전시실에 진열되지 못하고 다른 장소에 보관돼 있는 인형들은 200여 점 정도다.

▲ 낮잠 자는 각설이(왼쪽), “한 푼 주세요”하는 각설이(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최 작가는 15년 동안 각설이 인형과 함께하면서 전시와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각설이 인형 전부가 깡통을 들고 있지만 모두가 행복한 모습이거든요. 최기순 각설이 닥종이 인형들은 ‘(사랑을) 한 푼 줍쇼’라고 말하고 있는 거에요. 관람객들이 언제부턴가 그 깡통에 사랑을 듬뿍 넣어주더라고요.”

전시를 하면 사람들이 각설이 인형 깡통에 동전과 지폐 등을 넣는다는 것이다. 사랑으로 모인 돈은 비록 적은 액수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였다고 한다.

◆ 잘 말리면 천 년 잇는 닥종이 인형

닥종이 인형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4개월이 소요된다.

닥종이 인형은 먼저 피복 전선을 감아 뼈대를 만든 뒤 닥종이를 손톱만큼 뜯어내 밀가루 풀칠을 한다. 이후 3~4겹 겹친 닥종이를 뼈대에 붙이고 말리는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 단단하지만 가벼운 100% 닥종이 인형이 완성된다.

최 작가는 “제일 중요한 것은 잘 말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닥종이 인형은 잘 건조시키면 천 년을 이어갈 수 있다. 진짜 닥종이 인형은 속이 꽉 찼음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가벼워지고 더욱 견고해진다. 또 물에 닿지 않으면 수명은 영구적이며, 색깔이 더 은은하고 멋스럽게 변한다.

◆ 작품 향한 잘못된 인식 ‘안타까울 뿐’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닥종이 인형 작가로서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 작가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인사동에서 겉에만 닥종이를 붙인 가짜 닥종이 인형이 국내외 사람들에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인형을 접한 사람들은 “인형 속이 텅텅 비어서 가벼운 거죠?”라고 물을 때가 많다고 한다.

최 작가는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고 제대로 알리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0% 천연 재료와 천연 염색을 입힌 닥종이로 만든 한국 전통 인형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위에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왕초 각설이, “뭘 봐”라고 말하는 각설이, 하품하는 각설이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