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2030 초선의원들이 4.7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거론한 직후, 강성 당원들이 ‘초선오적’이라고 칭하며 문자 폭탄 등을 보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을 비롯한 4·5선 중진 의원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초선 의원이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제기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타당한 내용이면 당의 정책 기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각이 다르다고 몰아세운다면 자유롭고 건강한 토론을 집단지성의 발휘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돌 맞을 일이 있다면 중진들이 더 큰 책임으로 대신 맞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의 쇄신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의 쇄신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21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미운털 박혀도 할 말 해야” 소신

“국민 지지 받아도 더 조심해야”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반성하라”

 

“개헌 통해 운영체제 바꾸어야”

“文, 소통 미흡했다는 평가 동의”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감 없다”

[천지일보=명승일·이대경 기자] 당내 초선의원에게 힘을 실은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대해 “당내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통한 쇄신 에너지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5선 중진인 이 의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천지일보 이상면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이) 변화와 쇄신, 환골탈태보단 원상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20년 장기집권을 두고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희망에 대해 누가 말을 못 하겠나. 하지만 그 꿈을 이루려면 민심과 함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상민 의원과의 일문일답.

-4.7재보궐선거에서 1년 전 총선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는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작년 총선은 민주당이 실제로 얻은 표와 민심의 지지에 비해 과다 대표됐다고 본다. 그래서 과분한 왕관과 벼슬, 권한이 주어지면 우쭐대고 힘자랑을 한다. 당 일부 지지자는 180석이라는 의석으로 개혁과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하는데, 과대 대표된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을 놓치고 있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해도 더 조심하고 진중했어야 한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여당에 상임위원장을 전부 내주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쉽게 말해 ‘독배를 마시게 둬라’는 전략인데, 민주당이 넘어간 것으로 봐야 하나.

민주당이 야당일 때 제가 법사위원장도 해 봤다. 국회 관행이 제1당과 제2당이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교차로 가져간다. 그런데 21대 국회 들어와서 관행을 무시한 건 ‘견강부회(牽强附會,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함)’라고 본다.

-중진 의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 당의 중진으로서 중심축의 역할을 했어야 하지 않는가.

이전부터 계속 말을 했는데, 먹히지 않았다. 중진이지만 파급력이 부족하니, 소리가 미약해지면서 영향을 못 미쳤다. 미운털이 박혀도 하고 싶은 말은 하려고 한다.

-현재 국회 상황은 ‘입법 독주’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과거에는 여당이 힘이 있어도 물밑에선 협치가 이뤄졌는데, 이번 정권에선 사라진 것 같다.

민주당이 130~150석 정도를 얻었다면, 협치를 하려는 마음이 생겼겠지만, 180석이다 보니 못했다고 본다. 그러다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며칠 동안 반성한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안 돼서 원상태로 복원되는 것 같다. 말로만 한다면 고착화되는 걸 막을 수 없다. 종전의 못된 버릇을 고치기 어려운데, 이를 경계해야 한다.

-이상민 의원은 여당 속의 야당 같다. 이런 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키고 옹호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민과 국가의 명운을 개척해야 한다. 민주당이 잘못될까 걱정이다. 작년부터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지속할 때 둘 다 그만두라고 했고, 당내에서도 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가 추미애-윤석열 갈등이라는데, 작년에 말했을 땐 뭐했냐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반성해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잘 안 됐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의 쇄신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의 쇄신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4.21

-정치권에서는 흔히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라고 한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확실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은 진보 진영이라고 하는데, 어떤 게 진보라는 건가.

서양의 정치적 시각으로 보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라, 중도나 중도 우파다. 독일의 기준에서 정책과 정강을 보면 중도 우파에 가까운 당이다. 국민의힘은 더 오른쪽으로 가 있는 당이다. 우리나라 정치 환경을 보면 중도 우파나 좌파가 제대로 접근을 못한 상황이다. 독일의 사민당, 미국의 민주당은 우리나라 시각에서는 좌파다. 우리는 그게 두려워 오른쪽으로 갔고 중도 우파로 기울었다. 우리나라의 당은 정치적 패거리의 모임이라고 본다.

-이념이 아닌 깃발 아래 모인 것으로 봐야 하는가.

우리나라 정당은 지역과 이익에 따라 모인 것이다. 거대 양당의 독과점 구조는 이념이 아닌, 지역적 패권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퇴색됐다고 해도 영향력이 아직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양대 정당 독과점 구조가 적대적 관계를 맺으면서 공존한다. 이 적대적 관계가 양대 정당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이념과 정책에 의해 정당이 구성될 필요가 있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개념과 의식이 없지 않는가.

독과점을 누리는 양대 정당에 있는 사람으로서 자아반성을 하고 발전을 외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독과점 구조를 깨는 것은 그 주체들에게 가르쳐도 소용이 없다. 나머지 세력이 연대를 하거나 성장을 해야 한다고 본다.

-강성 지지자들이 소신 발언을 한 초선의원을 구한 말 매국노 ‘을사오적’에 빗댄 ‘초선오적’이라고 불렀는데,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로 표현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 사회 전반에 극단주의가 깔리면서 성역화, 우상화, 금기 등이 나타났다. 그걸 벗어나면 편견을 가지고 혐오적인 표현으로 난도질하는 게 정치권과 사회에 있다. 민주주의 정당으로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의견을 냈다고 해서 무참히 공격을 한 것이다. 당내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통한 쇄신 에너지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결국 초선의원도 강성 당원에게 꼬리를 내렸다. 거기에 국민이 실망했다고 본다.

국민은 국회의원에 역할을 바랐는데, 압박이나 물리적 세력의 힘에 의해 의견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 다만, 인간적으로 측은지심이 생기기도 한다. 저도 문자 폭탄을 받았을 때 처음엔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은 국회의원으로서 당당히 소신을 밝히는 모습을 보이길 원한다.

-지금까지 보면 지지세력은 있었지만, 강성 당원이 이 정도의 파워를 갖고 역할을 한 정치 역사를 찾기 어렵다. 왜 이런 강성 당원이 출현했나.

팬덤 현상은 현대사에서 보편적인 것이 됐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심하게 표출됐다는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에도 태극기 부대가 있다. 서로 놓인 위치나 주장은 다르지만, 하는 행태는 똑같다. 집단 괴롭힘으로 압박을 주고 소신을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 국민과 일반 당원도 떠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로 윤호중 의원이 뽑혔고, 5월 2일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강성에 대한 지향 분위기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변화와 쇄신, 환골탈태(換骨奪胎)보다는 원상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면 국민에게 버림받는 길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은 20년 장기집권에 대한 야망이 있었는데, 이번 재보선 패배 후에도 유효하나.

희망사항일 뿐이긴 하다. 희망에 대해 누가 말을 못 하겠나. 하지만 그 꿈을 이루려면 민심과 함께해야 한다. 옛말에도 배는 임금이고 물은 백성이라고 했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 작년과 올해 모두 겪었다. 물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상면 본지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재보선 참패 이후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고 있다. ⓒ천지일보 2021.4.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상면 본지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재보선 참패 이후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묻고 있다. ⓒ천지일보 2021.4.21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문 대통령은 국민과 야당 의원과의 소통에 대해 돌아봐야 한다.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문 대통령이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하고 소통이 막혀 있는 부분은 성찰해야 할 부분이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았는데, 어떤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보는가.

여러 가지 민주적 소양, 소통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국운을 개척해야 하는데, 밑바탕은 미래사회에 대한 통찰력, 과학 미디어 등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 시각과 마인드도 갖춰야 한다. 대한민국 지도자는 세계적 지도자다.

-여권 내에선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의 차기 대선 후보가 거론되는데, 차기 대선 후보로는 누구를 적임자로 보나.

현재 우리 당의 후보군이 어느 정도의 능력과 마인드를 갖췄는지 모르고 알아가는 과정이다. 경선 과정에서 검증도 하고 따져봐야 한다.

-야권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야권 후보로는 누구를 예측하나.

그쪽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결이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그래서 개헌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운영체제를 바꿔야 한다. 심하게 말하면 국민이 기대하는 대통령감이 없다고 본다. 영웅적 리더십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원하는데, 뽑고 나서는 금방 후회를 한다. 이제는 영웅적 리더십이 아닌 협업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헌정체제는 1인적 영웅 리더십에 의존한다. 대통령 중심으로 과부화된다. 국회와 집행부와의 관계는 우월적이다. 이에 대한 분권과 조정이 필요하다.

-국민의힘도 정권 초반에는 개헌을 주장했는데 요즘에는 금기시한다.

국민의힘도 자신들이 유리해져서 정권을 잡을 수 있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개헌 이야기를 금기시한다. 하지만 개헌은 가진 자가 먼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이 나라를 이끌어갈 정치인을 선별하는 건 국민의 몫이다. 당에 대한 반감 등으로 착시현상이 있어선 안 된다. 좋은 사람을 뽑아야 행복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선별은 국민이 하는 것이고 그 후보를 내세우는 건 당이다. 민주적 소양이 있는 사람인지는 이력을 보면 안다. 차기 대통령으로는 양극화, 기후변화, 신기술 등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동네 반장 뽑듯 생각하면 안 된다.

[주요약력]
 

제20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제19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전)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위원장

(전)국회 미래전략 및 과학기술 특별위원회 위원장

(전)대한장애인다트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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