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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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년의 자세’라는 글이 화제다. 몇 년 전 동창회 모임에서 들었던 “노년이 어떤 나이냐?”라는 퀴즈가 생각난다. 정답은 “미움받을 나이”라고 한다. ‘미운 일곱 살’이라는 말은 들었어도 노년이 ‘배우자, 자녀, 이웃, 친구, 동료에게 미움받지 않고 살려고 애써야 하는 나이’라니 공감하기 힘들었다. ‘수십 년을 청춘을 바쳐가며 가정과 사회의 발전에 헌신해 이제 좀 여유를 부리며 편하게 살아야 하는데 다시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나이라니?’라는 생각에서다. 최근 다시 이 글이 인터넷상에 회자하며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미움받지 않게 노년을 사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100에서 겨우 1~2가 모자란 98~99를 가진 노년들이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하려고 혈안이 되어 돌아다니는 모습을 많이 본다. 그 정도 가졌으면 이 세상을 떠날 때 50만 남긴다는 생각으로 돈을 쓰며 살아야 한다. 아등바등 기어이 100을 채우고 말겠다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 언젠가 탈이 난다. 노년은 새로 투자하며 신경을 쓰기보다는 마음이 평안한 삶을 즐기는 시기다. 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속여 조의금 챙긴 공무원처럼 자신의 애경사로 부조금 장사를 하며, 친구의 애경사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노년은 추하다.

자동차만 연식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도 연식이 있다. 소모품을 제때에 잘 교환하고 관리해주면 오래 타는 자동차가 있지만, 극히 일부다. 사람도 특출나게 건강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그런 사람 흉내를 내다 골병드는 건 어리석다. 젊은이들하고 몸 부딪치며 하는 축구, 야구 등 격한 운동은 삼가는 게 좋다. 축구를 갑자기 시작해 1주일 만에 심장마비로 급사하는 지인도 봤다. 나이를 잊고 사는 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나이를 항상 생각하며 나이에 맞는 운동을 골라서 적당하게 즐겨야 한다. 늙는 건 잘못이 아니지만, 세월을 이기려 하다 다치는 건 본인 탓이다.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라’라는 말은 노년이라면 반드시 새겨야 할 말이다.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면 주위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노년들이 젊은 시절 경험한 일이라도 시대가 달라져 다를 수 있다. 도움을 먼저 요청하지 않는데 나서는 건 젊은이들이 잔소리나 꼰대질로 치부할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할 때 나서서 조언은 하되 비평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젊은 세대를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래 세대의 주인은 젊은이이지 노년이 아니다.

입을 닫은 대신 지갑을 자주 열어 자식들에게, 지인들에게 많이 베풀면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 연령대가 다양한 모임에서는 젊은이들과 1/n을 칼같이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내라. 부동산을 쥐고 앉아 현금 없다고 자식에게 용돈 타령하지 말고 적당히 정리해 현금을 쥐고 집에 올 때마다 자식, 며느리, 손자에게 용돈을 주면 존경받는다. 안 쓰고 모아 재산 물려줘야 자식들끼리 재산 싸움한다.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돈 쓰는 사람 따로 있으면 잘못이다. 번 사람이 가장 많이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쓰는 게 옳다. 있는 것, 가진 것을 충분히 사랑하며 쓰는 게 행복한 노년의 비결이다.

노약자석이 비었는데 자신은 노인이 아니라며 젊은이들 자리에 앉는 건, 회사 일로 힘들었을 젊은이 한 명의 자리를 뺏는 것이다. 노인이길 인정하기 싫으면 서서 가는 게 맞다. 노인이 되어 잘 씻지 않으면 냄새가 많이 난다. 하루에 한 번 샤워는 꼭 해야 노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 어울리지도 않는 유행을 따라 찢어진 청바지 같은 과한 패션을 착용해 시선을 끌면 품위가 떨어진다. 나이에 걸맞은 품위 있는 캐주얼한 패션을 구사하는 게 멋있다. 몸을 가꾸는 만큼 마음 가꾸기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남을 배려하고 베푸는 삶을 살면 자연스럽게 얼굴도 선한 인상으로 저절로 변한다.

스마트폰, 인터넷, 키오스크 사용법을 모르는 게 자랑이 아니다. 앞으로 세상은 더더욱 발전하고 새로운 기기는 수없이 등장한다. 지금 한 가지를 모르고 뒤처지면 계속 뒤처지니 배워야 한다.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 행복 바이러스가 넘치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야지, 매일 악쓰며 싸우고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과 어울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안 남았다. 좋은 건 뒤로 미루고 먼저 나쁜 포도주를 마시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짧다. 소중한 인생은 매 순간 속에 있으니 삶을 제대로 즐겨야 한다. 모두가 나이 들고 모두가 늙어가지만 잘 늙어간다는 건 쉽지 않다. 나이 들었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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