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맡아왔던 윤호중 위원장이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법제사법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국회 상임위원장 등을 비롯한 원구성은 여야가 협상해 선출하는 것이 통례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원구성시 국민의힘에서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요구했지만 의석수를 앞세워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에 막혀 관철이 되지 않자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보이콧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에서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게 돌려줘야한다며 재협상 요구에 나섰지만 민주당 윤 원내대표는 어림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4.7 보궐선거 참패로 민심 이반이 확인된 만큼 국민의힘과의 재협상 과정에서의 태도는 지난해 원구성할 때보다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종전대로 민주당이 차지할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어느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야당과의 싸움은 물론이고, 국민의 마음까지 멀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강성 친문(친 문재인) 윤호중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정견발표 때부터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 개혁의 바퀴를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을 정도로 개혁론자이다. 국회에서 개혁 입법을 마무리하자면 후임 법사위원장이 윤 원내대표와 호흡이 맞아야 하는데, 현 상태로서는 능력 있는 법사위원장 인선이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국회 상임위원장이 선수(選數)와 나이 등을 고려해 중진들로 구성하는 게 관례이고, 해당자 중에서도 국회 보직이 없는 의원을 우선하다보니 그 대상이 몇 명 되지 않는다. 4선의 이광재 의원, 정청래 의원, 우상호 의원, 3선의 박광온 의원, 박완주 의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이광제 의원은 잠재적 대선 주자격으로 당사자가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고, 나머지 의원 중에서는 정청래 의원이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의원 생활 중 법사위원을 한 경험이 없을뿐더러 강성 친문이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대안을 선택할 여지가 있는 편이다.

정청래 의원이 법사위원장직을 맡게 된다면 민주당이 민심에 어긋나게 ‘입법 독주’를 계속하겠다는 신호로 국민과 야당에게 비춰질 수 있는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은 당연하다. 당사자인 정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법사위원장을 맡으면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가” 글을 올리면서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자신이 ‘법사위원장’의 자리에 앉을 만큼 법조 지식과 능력이 있는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오로지 ‘강성 친문’을 신념화해온 정 의원이 입법 문지기를 맡았을 때 향후 야당과의 마찰 등 여당의 국회 운영 기상도는 뻔해 보인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여당의 입법 독주에 따른 국민의 피로도를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