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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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마지막 임기를 보낼 내각 명단이 지난 16일 발표됐다. 국무총리 내정자와 5개 부처 장관들인데 그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하루 전날에도 결정된 바 없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여러 후보 중에서 한 사람인 김부겸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발표 당일 아침에야 낙점됐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고심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이고 4.7재보선 결과 문 정권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라고나 할까.

역대 어느 정부든 임기가 1년이 안 남았을 경우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기 일쑤였다. 여당부터 먼저 대통령과 일정거리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컸고, 지난 4.7재보선에서도 특히 민주당 서울시장․부산시장 후보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이용한 선거 전략만을 폈지 선거운동기간 중 문 대통령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한 현상이 바로 정권 임기 말에 도래했다는 것인즉, 과거 사례를 보면 대통령이 여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탈당을 마다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지금까지 호남권 인사를 국무총리에 발탁한 것과는 달리 첫 영남권 인사를 국무총리에 앉힌 것은 문 정권에서 시기적으로 1년 남은 기간 동안 지역 색을 없애 국민화합에 임하겠다는 고도의 의도가 담겨져 있다. 하지만 현재 나타난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나 차기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국민의 당위적 선택이 ‘정권유지’보다는 ‘정권교체’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서 볼 때 정부․여당이 얼마만큼 민심을 담아 혁신하고 스스로 깨우치는가가 관건이다. 그렇지만 여당이 돌아가는 형국은 변화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여전히 친문(친 문재인)만이 득세하고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 내지 극단 지지층들이 활개치는 현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청와대나 행정부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 내정자나 이철희 신임 정무수석에 대한 기대가 큰데, 아무래도 그들은 정치적 성향이 친문이라기보다는 원칙론에 입각해 행동해 와서 ‘미스터 쓴소리’로 소문난 여권 내 비주류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여당 속에서도 중도를 표방하며 소신 정치인으로서 자기 입장을 뚜렷하게 나타냈기에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과감한 국정 쇄신을 통해 성난 민심을 달래는 적격자로 이들을 낙점했다고 해도 무방한 편이다.

이같이 중도 성향의 인물이 국무총리로 지명된 것은 4.7재보선에서 나타난 바대로 국정전반에서 민의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문 정권의 의지이겠지만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지켜낼 또 한 축인 민주당이 최근에 보인 현상은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세력으로 보자면 174석에 이르는 만큼 국회에서 여당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테지만 의회정치가 무조건 숫자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고 여야협력을 통한 협치 의회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인 것이다. 상생정치가 중요시된다는 말이다. 그런 여건에서도 지난 16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윤호중 원내대표는 강경 친문임을 내세워 대야 강공 전략을 펴고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몰아붙일 태세다.

민주당 계보로 따지자면 이해찬계 핵심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호중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이 의회주의자임을 내세우지만 강경론자이다. 원내대표에 선출 직후 “코로나19와 민생 위기에서 벗어나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해 ‘네 번째 민주정부의 길 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중견 정치인인 여당 원내대표는 대야 협상력이 우선인바 그의 강경한 성격으로 협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다수 의견이 많은바, 강경론이 걸림돌이 된다는 말이다.

그가 원내대표에 선출됨으로써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된바, 윤호중 원내대표는 그 자리에 여당 인사를 앉히겠다고 단언하고 나섰다. 21대 전반기 원구성에서 야당 몫 국회부의장이 선출되지 않은 것도 따지고 보면 법사위원장 자리로 인한 것이다. 지난해 원 구성시 국민의힘에서는 법사위원장 자리는 관례에 제1야당이 차지해야 한다며 강하게 요구했지만 결국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했다. 그로 인해 국민의힘에서는 야당 위원장 자리를 포기하면서 21대 전반기 원구성에서 민주당이 전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것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서 국민의힘이 원구성 재협상 요구에도 윤 원내대표는 어림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법사위원장을 맡아 ‘공수처법’과 ‘임대차 3법’ 등 문재인정부 개혁 입법을 처리했던 강공 드라이브 경험을 살려 검찰개혁 후속 입법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 언론개혁법 등에서 강하게 밀고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4.7재보선 참패에도 아랑곳없이, 민심의 방향과는 다르게 오로지 개혁, 개혁만이 살길이라 주장한다.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도 승리해 ‘네 번째 민주정부의 길’을 열겠다느니 기고만장(?)하면서 나대는 꼴이 여야 협상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신호다. 국민은 검찰개혁보다는 민생살리기에 올인하기를 바라는데도 민심과 괴리되는 발상을 하고 있으니 막상 당해보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세력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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