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문제로 정면충돌을 일으켰던 검찰과 경찰이 결국 청와대의 개입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조정 회의를 연 끝에 타결된 양측의 합의안은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동시에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합의안에 따라 논란이 됐던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는 법 조항은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조정됐다.

이어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수사 개시권을 명시했다. 다만 검찰 측의 입장을 반영해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아울러 경찰의 복종의무 조항을 삭제했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르도록 규정했다.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했으며, 이외에도 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수사한 때에는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즉시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이처럼 검·경 간의 진통이 일단락되면서 6월 임시국회 처리에 탄력이 붙게 됐다. 해묵은 갈등을 일으켰던 두 기관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검찰에게 일방적으로 종속됐던 수사개시권이 일부분 경찰에게도 인정되는 것은 상기할만하다.

사실 경찰의 수사개시권은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도입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찰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렇잖아도 막강한 검찰의 권한이 더 강해져, 검찰 내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문제는 법조항이 아니다. 이번 합의가 실질적으로 큰 변동을 가져오지 못한 데다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이었다는 측면에서 경찰과 검찰의 의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기본 정신 위에 양 기관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는 검·경 모두의 책무다. 정부 역시 검·경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로 자정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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