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은행 전 부문의 DT 추진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사진은 진옥동 은행장 (제공: 신한은행) ⓒ천지일보 2021.2.26
진옥동 신한은행장 (제공: 신한은행)

금감원, 손실 미확정 라임 펀드 분조위

불완전판매 2건에 75%·69% 배상 결정

부의 안된 분쟁조정, 40%부터 80%까지

진옥동, 제재 낮춰야 연임·회장 도전 가능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매중단사태가 일어난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신한은행에 대해 투자원금을 최대 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으나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제재 수위 경감을 위해 권고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분조위를 열고 신한은행의 라임 크레딧인슈어드(CI) 펀드 손해배상 비율을 이같이 결정했다. 라임펀드 대다수와 같이 라임 CI펀드는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분조위 대상에 올랐다. 원칙 상으론 손실이 확정된 투자상품을 대상으로 분쟁조정이 가능하다. 다만 환매중단 규모를 고려해 손실 미확정 라임펀드도 분쟁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금융당국은 피해자의 빠른 구제를 위해 은행이 동의하는 경우 ‘사후정산’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하고 있다. 라임펀드와 관련, 지난해 말 KB증권을 시작으로 은행권에서는 지난 2월 우리은행, 기업은행에 이어 세 번째로 신한은행이 분쟁조정 절차에 올랐다.

금감원은 분조위에 올라온 투자 피해자 2명에 대해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각각 69%, 75%의 배상결정을 내렸다.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40~80%의 배상비율 내에서 조속히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환매연기로 미상환된 신한은행의 라임 CI펀드 판매액인 2739억원에 대한 피해구제가 일단락될 예정이다.

이번 분조위의 2건은 ▲투자자 성향을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 등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점 ▲신용보험에 가입된 무역금융 매출채권 외 다른 투자대상자산 투자 가능성은 설명하지 않은 점 ▲과도한 수익 추구 영업전략과 투자자보호 노력 소홀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점 등이 파악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기존 분쟁조정 사례와 동일하게 30%를 적용하고,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 등을 고려해 배상비율에 25%를 공통으로 가산했다. 또 판매사의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의 자기책임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 이는 우리·기업은행의 배상비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원금보장의 안전한 상품 추천을 요청한 80대 고령자 A씨의 경우 75%의 배상이 결정됐다. 투자권유 전 판매지점 책임자 등이 ‘시니어투자자 투자상담 체크리스트’ 등을 임의 작성하고 투자권유 절차 등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 무역금융 매출채권 외 다른 투자대상자산의 투자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설명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 및 확정금리 보장 상품을 원했던 소기업에는 69% 배상이 결정됐다. 100% 보험이 가입돼 원금손실 위험이 없고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하고 최소 가입금액은 실제(3억원) 보다 높은 금액(5억 1000만원)으로 안내해 투자를 진행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 서류상 가입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서류상 가입 영업점에서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조위에 부의되지 않은 나머지 사례에 대해선 배상폭이 더 넓다. 투자자들과 판매사들 간의 이뤄질 자율조정에서는 최소 40%에서 최대 80% 사이에서 비율이 결정된다. 법인의 경우에는 하한선이 30%로 더 낮다. 자율조정에서도 역시 투자자별 적합성원칙 위반여부, 투자경험 등에 따라 배상비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분조위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어 투자자와 판매사 모두 조정안을 접수한 뒤 20일 내 수락해야 조정이 성립된다. 금감원은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분쟁조정 결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다. 오는 22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이번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가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제재 경감사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 행장은 현재 라임펀드 판매책임을 물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통보받은 상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로 사실상 금융권 퇴출에 해당한다. 연임과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앞서 지난 9일 열렸던 우리은행 제재심에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사전 통보받았던 직무정지보다 한 단계 낮은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다. 이는 분쟁조정안을 수용하는 등 피해자를 구제하려는 은행 측의 노력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로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여 제재 수위를 낮추려 할 것으로 보인다. 진 행장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신한은행 추가 연임과 더불어 지주 차기 회장 도전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재를 감경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신한지주 역시 이와 관련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금감원이 사전에 기관경고를 통보했을뿐더러,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 대한 제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복합 점포에서 라임 펀드를 판매한 것에 대해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에 기관제재를 통보했다.

이대로 확정될 경우 향후 1년간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인허가 사업 등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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