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_더현대서울외부전경. (제공 : 현대백화점) ⓒ천지일보 2021.2.26
현대백화점_더현대서울외부전경. (제공 : 현대백화점) ⓒ천지일보 2021.2.26

3대 명품 없이 하루 100억원 매출 예상 밖 돌풍

백화점 점포 줄이고, 새소리·숲·인공폭포로 힐링

전체 면적 ‘축구장 13개’ 中영업면적 49% 불과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이끄는 더현대서울이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원 백화점 탄생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쳐 있는 많은 고객에게 휴식을 주고 싶어 매장 동선도 넓히고 점포의 절반을 자연친화적인 휴식·문화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백화점 점포를 줄이는 것은 매출을 포기한 것이기에 정 회장은 주변의 우려를 잠식시켜야 했다.

◆더현대서울, 하루 100억원 매출 예상 밖 돌풍 ‘최단기간 1조원 탄생’ 기대


이러한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탄생한 더현대서울은 지난 2월 24일 이후 6일 동안 매출이 약 370억원, 한 달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3.1절 연휴 기간에는 1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리면서 일매출 100억원을 찍었다. 3월 한 달간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주말 차량 2부제를 자율 시행하는 등 연일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백화점 중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곳은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다섯 곳이다. 지금까지 최단 기간 매출 1조 클럽에 들어선 백화점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으로 5년 4개월이 걸렸다.

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오픈 당시 점포를 방문한 정 회장은 매장의 판매시설을 줄이고, 그 공간에 고객을 위한 힐링의 공간을 마련한 것에 대해 “가족단위 등 더 많은 고객이 찾아와서 더 많은 휴식을 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지선 회장, 그룹의 지속가능한 발전 고객의 마음을 알고 함께 걷는 것


더현대서울에는 새가 지저귀는 숲이 있고 인공폭포가 흐른다. 전체 면적은 축구장 13개(8만9100㎡) 크기로 서울에서 가장 크지만 실제 영업이 가능한 면적은 49%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평균 영업면적(65%)보다 오히려 30%가량 적다.

더현대서울은 1만 1240㎡ 크기의 조경공간은 통상 의류매장 170개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로, 매출로 환산하면 연간 약 1700억원을 포기한 셈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많은 고객의 발걸음을 이끌었고 매장 동선을 넓히고 점포 절반을 자연친화적인 휴식·문화 공간에서 많은 고객이 쉼을 얻었다.

고객들은 휴식을 취하고 각층마다 테마에 따라 600여개 국내외 브랜드가 입점한 곳을 쇼핑한다. 그 후 지하 1층으로 가면 축구장 2개를 합친 규모(1만 4820㎡)의 공간에 유명 맛집을 비롯한 식음료(F&B) 브랜드 90여개가 들어선 곳으로 가서 건강을 챙긴다.

또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지하 2층에 입점한 아르켓(ARKET), BGZT(번개장터)랩, 나이스웨더(NICE WEATHER), 용정콜렉션 등이 있어 방문객 수뿐 아니라 매출도 높였다.

더현대서울이 월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며 목표로 삼은 개점 첫 해 매출 6300억원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최단 기간 연 매출 1조원 백화점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는 더현대서울에 3대 명품 없이 이어진 매출 행보라 그 의미가 크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외관. (제공: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외관. (제공: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백화점, 첫 시작 국내외 현장서 식품·의복·잡화류 공급으로 시작


현대백화점의 시작은 현대백화점 전신인 금강개발산업이 지난 1971년 설립되면서 당시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건설이 진출하는 국내외 현장에 식품과 의복 등 잡화류를 공급하는 작은 회사로 시작했다.

금강개발산업 주식회사가 본격적인 성장의 물꼬를 튼 것은 지난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열면서 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그동안 그룹사 의존도가 높아 현대건설 등 주력 계열사의 사업 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백화점 개점을 계기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통업으로 사업의 축을 전환했다.

이는 그룹 내에서의 회사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매출도 지난 1984년 600억원에서 압구정본점이 개점한 1985년에는 78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1986년에는 1423억원으로 껑충 뛰며 매출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제공: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제공:현대백화점)

◆유통 어려워? 역발상, 다점포화 통한 사업 확장 그리고 ‘더현대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다른 백화점과 달리 명품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성공을 거뒀다. 압구정본점의 성공에 따라 1988년 무역센터점을 짓게 되면서 본격적인 백화점 사업 확장이 이뤄졌다. 특히 지난 1997년 외환 위기로 기업들이 쓰러지면서 유통업계도 타격이 있었다.

그러나 금강개발사업은 정반대의 확장 전략을 펼쳤다. 지난 1998년 부도 위기에 놓인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현대백화점 신촌점으로 리뉴얼하고 울산 주리원 백화점 두 곳을 인수해 울산점으로 재탄생시켰다.

이어 지난 2000년에는 금강개발산업주식회사에서 현대백화점으로 사명을 바꾸고 또한 현대백화점 미아점(2001년), 목동점(2002년), 중동점(2003년) 등 매년 1개 점포를 열면서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나갔다.

지난 2009년 신촌점 유플렉스를 오픈하고 킨텍스점(2010년), 대구점(2011년), 충청점(2012년) 등을 열었다. 또한 지난 2015년에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3개 점포를 오픈했고 2016년에는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을 열었다. 이어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2017년),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2018년)도 연이어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6월)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11월)을 열고 올해 2월에는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 ‘더현대서울’을 오픈했다.

◆사업 다각화 및 그룹의 성장


백화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지난 2001년 홈쇼핑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2009년 종합식품 전문기업인 현대그린푸드를 출범시켰다. 또 지난 2012년과 2013년 의류·패션기업인 한섬과 가구회사 리바트를 각각 인하고 2016년 패션기업 SK네트웍스 패션부문 2018년 건자재 기업 한화L&C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런 사업 다각화로 지난 2008년 6조 5600억에 불과하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19조 8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그후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0년 7조 8000억원이던 그룹 매출은 10년이 지난 2020년 20조원까지 늘어났다. 재계 순위(2019년 자산 기준)도 22위로 2010년(30위)보다 8계단 상승했다. 또 그룹 전체 부채비율(2019년 기준)도 38.4%로 10년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정지선 회장, 창립 50년 현대백화점그룹의 ‘비전 2030’


정 회장은 올해 창립 50년 맞은 현대백화점그룹의 비전으로 ‘사회와 공동성장’을 내세웠다.

이번 비전 2030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기업’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사회와 선순환하며 공동의 이익과 가치 창출로 오는 2030년 매출 40조 시대를 열 계획이다.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3대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맞춤형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신수종사업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또 양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세대에 신뢰와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도 함께 내놨다.

정 회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지속해온 저력을 바탕으로 ‘비전 2030’을 지렛대 삼아 100년 이상 지속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친환경 장터 '지구장' 조감도. (제공: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친환경 장터 '지구장' 조감도. (제공: 현대백화점)

◆ 계열사별 ‘맞춤형 성장전략’ 마련… 투자·M&A 병행 사업 경쟁력 강화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패션, 식품, 리빙·인테리어 등 주력 사업분야의 미래 환경 변화를 고려해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전략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성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성장성 ▲수익성 ▲산업 성숙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기존 영위 사업의 위기 수준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맞춤형 사업 성장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유통 부문은 백화점·아울렛·홈쇼핑·면세점을 주축으로 업태별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유관 사업으로의 신규 진출을 통해 현재 13조 2000억원대의 매출 규모를 2030년에는 29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 조직문화 혁신 지속 ‘직원 80%가 MZ세대, 결재판 2만개 다 없앤다’


현대백화점은 조직문화의 혁신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통해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열정으로 소통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파트너십으로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현대백화점이 기존의 대면 결재를 모바일 보고로 대체하는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 직원들을 위해 460여개 보고서 양식을 아예 폐지하고 ‘비대면 보고 문화’ 구축에 나섰다.

간편 결재는 품의서·내부·공문·근태원 등 기존에 사용하던 결재 문서 대신 5~6줄의 간단한 문장으로 보고하면 된다. 보고톡은 결재가 필요 없는 업무내용 등을 일과시간 내 팀에 전달하고 공유하는데 사용한다. 일종의 ‘팀 공유 대화방’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 직원이 기존 결재 문서 양식을 채우는데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업무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라며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460여개의 기존 보고서 양식을 간편 결재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간편 보고 문화가 빠른 시일 내 자리 잡을 수 있게 2만여개의 결재판을 폐기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이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직원이 전체 3032명 중 MZ세대 직원이 2385명으로 78.6%을 차지한다.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결재판 보고’인 것을 설문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이어 ‘허례허식 타파’를 위해 ‘보고를 위한 보고 문서를 만들지 말자’ ‘보고 형식에 구애받지 말자’ ‘잦은 회의가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는 직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이고 MZ세대 직원에겐 경직된 조직문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판단해 MZ세대가 기탄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수평적 조직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 조직 문화를 바꾸고 아울러 직원간 소통도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