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민주당이 연일 ‘박근혜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을 공략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민주당이 최근 주요현안에 대한 그의 입장을 요구하는 흐름이다.

TK에 대한 여론이 야권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여권의 실질적 주주로 부상한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흔들려는 속내가 보인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17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민생현장을 둘러봤다. 이번 대구 방문에는 영남권 민심을 공략하는 동시에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손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는 대구에서도 민주당 국회의원을 만들겠다”면서 “대구·경북에서도 충분한 지지를 얻어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경북 경주에서 같은 날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과 박 전 대표의 독자적 역량이 함께 평가받을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고 박 전 대표를 평가했다.

또 내년 대선 전망과 관련, “51대 49가 될 것이다. 우리가 다음에 이길 수 있다면 변화에 대한 요구가 51%”라며 “지금 (지지율이) 잠재적으로 박 전 대표의 3분의 1이 안 되는데, 양자구도에서는 다르다”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각종 정치현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도 부쩍 느는 추세다.

민주당은 최근까지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 씨에 대한 삼화저축은행 로비설과 관련해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여당의 감세정책 철회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입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한나라당이 이번에 천명한 부자감세 철회 결정을 실천할 방법이 있다”면서 “박 전 대표가 입장표명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가 무엇인지 기억한다. 세금을 줄인다는 부자감세가 맨 앞에 있다”며 ‘줄푸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원내에 있는 한나라당 의원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진 지도자로서, 등록금을 완화해야 한다는 말은 했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가 자당의 정책이나 노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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