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김정수(1963 ~  )

유장한 이야기 범람하는 강변은 말고
부산한 파도소리 폭풍의 해안도 말고

조곤조곤 당신을 들어주기에는
봄밤의 시냇가가
적당하다

내 몸에서 당신은 조그맣게 흐른다. 

 

 

[시평]

사랑은 무슨 대단하고 거창함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록 하찮아 보이는 것이지만, 그 속에 진정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곳, 그곳에 사랑은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감동을 하는 것도 그렇다. 아주 작고 하찮은 것, 아주 사소하고 미미한 것에서부터이다. 거창하고 큰 것이 아닌, 작은 진실에서 우리는 진정 감동을 하곤 한다.

그렇다. 진실은 크고 대단한 곳에 있기보다는 작고 사소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시인은 유장한 이야기 범람하는 강변은 말고, 부산한 파도소리 폭풍의 해안도 말고, 조곤조곤 당신을 들어주기에는, 봄밤의 조용히 흐르는 작은 시냇가가, 그러한 곳이 서로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어쩌면 가장 적당한 곳이 아닌가 하고 술회한다.

그리하여 비록 당신은 내 몸에서 아주 작은 시내로 조그맣게 흐르고 있지만, 우주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 나의 안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미로운 봄밤의 훈기 속에서 조곤조곤 서로를 확인하며, 깊어 가는 봄밤을 서로의 가슴에 적셔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들 사랑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