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출처: 뉴시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개편을 통해 신설한 방역기획관 자리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발탁된 것과 관련해 의료계와 정부 안팎에선 기대감과 우려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더욱 세밀하게 국가 방역을 챙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힘을 빼는 인사가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18일 의료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 기획관 발탁했다. 기 기획관은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백신 접종과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사회정책비서관이 담당했던 방역 관련 업무도 앞으로 기 기획관이 맡는다.

기 기획관은 예방의학에 대한 전문가로, 그간 정부의 방역 자문기구인 생활방역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그는 지난 2월 생활방역과 1·2·3단계의 새로운 체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초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선 대통령을 보좌해 국가 방역에 대한 책임 있는 청와대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질병청과 복지부의 부처 간 조율과 지휘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1년 3개월 이상 이어졌는데 너무 늦었다”면서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방역정책의 맥을 짚어주고 문제점을 직언해줄 인사가 절실했다. 앞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청와대 방역 정책에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기 기획관 발탁과 관련해 또 다른 의료계 일각에선 ‘잘못된 인사’ ‘정은경 힘빼기’ ‘옥상옥’ 등의 비판이 나왔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등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최 회장은 “방역정책을 결정할 때 질병청과 소통하면서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좌하는 방역기획관은 진작 있었어야 한다”면서도 기 기획관 발탁에 대해선 “대단히 잘못된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 교수는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근거와 원칙에 의해 방역 정책을 조언한 게 아니라 정부가 내놓는 정책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만 만들어냈다”며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해 잘한 건 잘했다, 잘못한건 잘못했다 해야 하는데 비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방역기획관 자리 하나 만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안 된다면 총리 산하에라도 명망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과학적인 방역 자문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매번 비밀리에 자문단 회의를 했다면서 명단 공개도 하지 않는데, 그게 무슨 자문회의냐”라며 “다른 나라는 명단을 모두 공개하고 전문가들도 발언 공개를 전제로 소신 있게 이야기한다. 그것부터 먼저 해야지 자리 하나 만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 부회장은 “의료계 내부에선 기 기획관이 코로나 사태 내내 했던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발언으로 반발이 심하다. 청와대가 질병청에 단 한번도 방역·백신 관련 전권을 쥐어준 적도 없으면서 방역기획관을 그 위에 앉혔다. 결국 옥상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상근부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기 기획관은 전문가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며 “정치적 편향성도 드러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자질부족, 정치편향의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임명철회하고, 근본적인 백신확보에 더욱 매진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황 부대변인은 “(기 기획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코로나19 확산은 광복절 집회 때문이었다’며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진영논리를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나라에서 먼저 접종하는 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고마운 것’이라며 국민 불안은 안중에도 없이, 백신확보에 무능했던 정부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기 위해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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