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5

상인 “코로나19 이은 악재”

활기 잃은 시장엔 긴장감만

“손님, 오염수 때문에 걱정”

“진짜 답답해” 호소하기도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원래 이 시간이면 항상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는데 오염수 방류 소식 때문에 갑자기 한산해져 걱정이에요. 진짜 너무 막막하네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가운데 국내 최대 수산물 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습은 불과 며칠 만에 사뭇 달라졌다. 지난 15일 평소와 같았다면 해산물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을 시간임에도 상인들만 바삐 움직였고 손님은 드문드문 보였다. 또한 어딘지 모를 긴장감도 느껴졌다.

매일같이 방문객들과 흥정을 하며 활발히 움직였던 상인들은 활기를 잃었고, 경직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고 서 있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기자를 손님으로 알고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는 안인숙(50대, 여)씨는 “어제 거의 손님이 없었고, 또 오시더라도 오염수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며 “(원전 오염수 방류)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 안심하고 드시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오염수를 배출하면 국내산 상품들까지 피해를 볼까 너무 걱정된다”며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하던지 처리 방식을 바꾸든지 조치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이게 무슨 일이야. 어휴.” “진짜 답답해. 우리 상인들 다 죽으라고!”

수산시장을 걷다 보니 이 같은 한숨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시장에서 만난 권미라(가명, 70대, 여)씨는 “지금 친구들과 일본 얘기를 하던 중이다. 세계가 일본 하나 때문에 난리”라며 “일본이 너무 억지로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할 말을 잃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수산시장의 수조에는 평상시대로 활어들이 가득 차 있었다. 각종 수산물은 진열대를 꽉 채웠다.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들의 손놀림은 방문객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 보였다.

장사 준비를 하던 정희철(가명, 50대, 남)씨는 “무역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일본 수산물 수입은 절대 하면 안 된다”며 “일본에선 우리 수산물 수입 안 하는데 왜 우리는 수입을 하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5

그는 또 “뉴스 보니 백화점에선 일본 수산물 수입 안 한다고 하더라”며 “일본산 수입을 안 하면 우리나라 방어나 도미가 판매될 거 아니냐”고 울먹였다.

김송화(50대, 여, 시장상인)씨는 “심경이 너무 복잡하다. 지금 일본에서 수입된 게 많지 않냐”라며 “일본 발표 후에 어제오늘 손님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부분 국산인지 꼭 물어보고 사 가셨다”며 “일본에서 방류를 시작하면 먹고사는 게 정말 힘들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회를 사러 왔다는 강미라(가명, 40대, 여)씨는 “뉴스를 보니 지금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피해가 오게 될 것”이라며 “회를 참 좋아하는데 뭔가 손길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관계 각료 회의에서 승인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는 1000대 이상의 탱크에 약 125만 844t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관계자가 일본산 참돔을 대상으로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다. 참돔의 방사능 수치는 기준치인 3cps보다 낮은 1.25cps로 측정됐다. ⓒ천지일보 2021.4.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내린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관계자가 일본산 참돔을 대상으로 방사능 측정을 하고 있다. 참돔의 방사능 수치는 기준치인 3cps보다 낮은 1.25cps로 측정됐다. ⓒ천지일보 2021.4.15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바닷물을 섞어 삼중수소의 방사선량이 1리터(ℓ)에 1500베크렐(㏃) 미만이 될 때까지 희석한 후 방출하면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 인접국가들은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해양환경 파괴와 그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는 “일본 정부의 결정은 자국민뿐만 아니라 주변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폭거이자 인류와 자연에 대한 ‘핵 테러’”라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세슘, 스트론튬,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로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의 핵 폐기물인 방사성 오염수가 태평양 바다에 버려지면 오염된 물은 태평양 해류를 타고 적도를 돌아 동해로 흘러 들어올 것”이라며 “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무단방류를 막아야 하는 절박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학생기후행동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지구파괴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규탄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학생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지구파괴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규탄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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