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경총)

“법시행 부작용 최소화 위한 보완입법 선행돼야”

“경영책임자 역할, 실현 가능한 범위 내 규정돼야”

“법률근거 없는 규정도 구체적인 시행령 마련필요”

“종사자 과실이 명백한 경우 면책조항 마련돼야”

“별도 지침으로 혼란 덜고 컨설팅 등 지원 필요”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13일 공동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건의서를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경제단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무엇보다 보완입법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마련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도 경영책임자 역할을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등 합리적으로 제정될 필요가 있어, 시행령에 반영돼야 할 내용과 방향성을 담은 건의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가 산재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발의됐다. 이 법안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시, 그 책임을 현장 관계자뿐 아니라 노동을 위탁한 원청과 경영책임자, 사업주까지 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오는 2022년 1월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경제단체 측은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와 ‘급성중독 등’이라는 법률문언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사고와 유사한 화학물질 유출 등에 의한 질병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성중독으로 보기 어려운 만성질환(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질환, 진폐, 소음성 난청, 직업성 암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직업성 발병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직업성 질병자의 중증도 기준이 없으면 중대산업재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고 시 기준과 동일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시행령에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에 대해선 “경영책임자의 지위와 역할을 고려해 연 1회 이상 보고 받는 방법으로 관리하도록 구체적 의무규정을 시행령에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적정한 인력과 예산이 수립됐는지 경영책임자가 직접 확인토록 하고, ‘안전·보건 관계 법령’은 제4조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경영책임자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으로 특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위탁했다면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고, 정부가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위탁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전보건교육 수강 대상도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실만으로 교육을 받도록 강제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경영책임자가 제4조의 의무를 위반해 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로 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산안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안전보건교육 수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제단체 측은 “‘교육수강 위반 시 과태료 부과’는 위반횟수에 따라 과태료 금액을 차등해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중대산업재해 발생사실 공표’ 대상도 “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로 명확히 하되, 산안법상 공표대상과 중복되는 경우는 제외될 수 있도록 단서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정의당) ⓒ천지일보 2020.9.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정의당) ⓒ천지일보DB

한편 경총 등은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파악할 수 없는 규정과 종사자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 명백한 중대산업재해는 경영책임자가 조사 및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등 관련규정의 시행령 마련을 정부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법률 내용만으로는 증대시민재해 정의에 규정된 ‘특정 원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경영책임자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시행령에 특정 원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에 규정된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그 개념과 구체적 범위를 시행령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산안법상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도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시행령에 규정하고, 사업주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그 범위 내에서 대표이사의 책임을 면해지도록 규정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중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대책 수립’의 대상이 되는 재해개념이 매우 포괄적인 만큼, 재해범위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특정하고 ‘그 이행에 관한 조치’도 대책 수립 및 이행 여부를 보고받아 점검하는 것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규정 중 ‘도급·용역·위탁’의 개념을 산안법 규정을 참고해 명확히 하고, 도급인 책임이 있는 ‘시설·장비·장소’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경우’의 범위도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하며, 중대산업재해가 종사자의 안전·보건 관계 법령 위반이나 과실로 발생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조사와 처벌을 받지 않도록 관련규정을 시행령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자체적인 사고관리 역량을 키우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지원의무 내용으로 업종과 규모별로 필요한 관리사항을 기준으로 만들고, 정부 중심으로 현장 컨설팅 등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경제단체 측은 “이번 시행령 제정 건의서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영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해야만, 법률상 모호하거나 불명한 사항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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