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나가자 구심력 잃은 국민의힘… ‘자중지란’ 우려도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이 김종인이라는 강력한 구심력을 잃으면서 각종 현안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교통정리가 쉽사리 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 차기 전당 대회 준비,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등 해결 과제가 쌓여가고 있다.

우선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는 보궐선거 승리에 대한 지분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합당의 경우 국민의당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국민의당 의견이 전달되면 다시 우리 당의 의견을 모아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당원과 국민의힘 모두와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은 수요일까지 답을 달라고 하는데 국민의힘도 그날까지 단일 의견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당은 합 속도론보다는 재보선에 대한 평가를 중시하는 등 선거 승리에 대한 안 대표와 당의 기여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에 안 대표의 기여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인 만큼 국민의힘의 고심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의는 이달 말이나 돼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전까지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체 전당대회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인물로는 주 권한대행과 정진석, 조경태, 김태호, 서병수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들 모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비해 정치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는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당 내부 혼란이 수습이 되지 않으면 김 전 위원장을 재추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당권 도전 의사를 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초선들은 “이번 선거의 승리는 문재인 정권의 패배이지 우리가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천지일보와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을 다시 모셔와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김 전 위원장이) 다시 올지도 미지수이고 초선 의원들도 나서는 상황이다. 당의 혁신과 쇄신은 우리 손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합당에는 “국민의당이 지분을 요구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민의당은 의석수에 한계가 있어 적정선에서 타협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외에도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연대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렇다할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은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도 국민의힘의 자강을 당부하고 떠난 상황에서 당 내 혼란을 수습하고 대권 승리를 위한 단일대오를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