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원

무슨 비밀 품고 있었기에

끓는 물 속에서도
입 다물고 죽은 가막조개

어떤 고문에도
입 열지 않았던 투사처럼

불 위에서도
굳게 다물었을
단단한 입술 속의 혀

온몸 혀뿐인.

 

 

[시평]

혀라는 것은 참으로 요상하다. 세 치뿐이 안 되는 이 혀를 잘못 놀려서 패가망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사람은 늘 이 혀 조심을 해야 한다고 한다. 늘 진중하게 생각하고 생각한 후에 이야기를 하고, 혀 단속을 잘 하는 것이 잘 사는 길임을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이다.

왜 그런가. 세 치 혀에는 많은 비밀을 풀어내는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속 깊이, 깊이 품은 엄청난 비밀도 이 세 치 혀가 아니면, 그 누구도 알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 세 치 혀를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조개를 넣고 국을 끓인다거나 하면 대부분의 조개는 입을 떡 벌리는데, 유독 입을 벌리지 않는 놈이 한두 놈 있다. 그러면 어른들이 그 조개는 억지로 입 벌리지 말고 그냥 버리라고 한다. 모래 등의 해감을 잔뜩 물고 있는 놈이기 때문에 입을 열지 않는다는 거다. 어찌 보면 조개는 조개 나름의 비밀을 입안에 잔뜩 물었으니, 어떻게 그 입을 함부로 열겠는가.

이런 뜨거운 국속의 조개를 바라보다 문득, 끓는 물 속에서도 입 다물고 죽은 가막조개가 어떤 고문에도 입 열지 않았던 투사처럼 보인다고 시인은 말한다. 단단한 입술 속의 혀, 온몸 혀뿐인 삶, 그 안의 비밀. 어쩌면 저 입 벌리지 않는 조개 마냥, 그 누구나 이런 비밀 하나쯤 지닌 채 한 생애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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