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 반출처, 지하수 안전성 등 의문"
"기지내 토양조사로 신뢰할 수 있는 결과 밝혀야"

(서울=연합뉴스)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몰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이 됐지만 속시원한 진상 규명이나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18일 전역 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미국 TV 인터뷰에서 고엽제 매몰 증언을 한 뒤 캠프 캐럴 주변과 기지 내부에 대한 한미 공동조사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갖가지 의문은 여전히 일고 있다.

특히 미군이 반출했다는 오염물질이 어디로 갔는지, 미군이 기지 내 토양시추를 미루는 이유가 뭔지, 기지 주변 지하수가 정말 안전한지 등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 캠프 캐럴 오염물질 어디로 옮겼나 = 미군 측이 캠프 캐럴에서 오염물질을 어디론가 가져가 처리했다고 밝혔지만 행방은 아직까지 묘연하다.

데이비드 폭스 미8군기지관리사령관은 지난달 23일 캠프 캐럴에서 가진 첫 설명회에서 "1978년 캠프 캐럴 내 화학물질을 저장하던 41구역에서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 등 화학물질과 오염 토양을 헬기장 부근 D구역으로 옮겨 묻었다"며 "그 후 다시 그 오염 물질과 토양을 모두 파내 반출했다"고 설명했다.

미군은 당시 40~60t에 달하는 오염 물질과 토양을 미국 본토로 가져갔는지 국내 다른 곳으로 옮겼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관련 기록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은 이후 미국에서 스티브 하우스씨 등 증언자들을 직접 찾아나서 고엽제 매몰 경위 파악에 나섰지만 인터뷰 결과나 고엽제 매립과 관련된 추가 기록이 발견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몰지로 지목된 헬기장 조사에서 고엽제 드럼통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군의 주장대로 기지 밖으로 반출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고엽제가 기지 내에 묻혀있지 않은 것으로 결론나더라도 국외가 아닌 국내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오염물질의 최종 반출처가 어디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유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오염물질을 다시 파낼 당시 미군은 고엽제 피해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는 시점이라서 대규모 이동처리 기록이 남아있을 것"이라며 "기록이 없다면 고의로 파기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미군의 고엽제 매몰과 기지오염에 관한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 토양조사 미루는 미군의 속내는 = 한미 공동조사단이 지난 2일부터 캠프 캐럴 기지 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군 측은 유독 토양조사를 미루고 있다.

공동조사단은 지표투과레이더(GPR)와 전기비저항탐사(ER)에다 땅속 금속성 탐지에 효과적인 마그네틱 조사방법 등을 동원하고 있으나 유해물질 오염여부를 가리는 데 있어서는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다.

고엽제 주성분인 다이옥신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이 있어 물보다 토양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심지역 땅속을 직접 파거나 시추를 통해 토양을 조사하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 측이 조사 초기부터 지하수와 토양조사를 동시에 진행할 것을 요구했으나 미군은 땅을 파헤치지 않는 간접방법을 먼저 해보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공동조사단도 "직접 땅을 파다가 땅속에 고엽제가 묻혀 있으면 조사자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오염도 퍼질 수 있다"며 "의심지역을 좁힌 뒤 시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미군과 합의된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공동조사단을 활동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미군이 직접 땅을 팠다가 고엽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유해물질이 나오면 미군기지 환경문제가 더 커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해 꺼리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간부도 "미군은 미군기지나 주한미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질 수 있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의심지역을 파헤치는 토양조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한 불신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조사단은 기지 내 토양조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미군도 마신다는 지하수 정말 안전한가 = 공동조사단이 지난주 기지 주변 지하수에는 고엽제 주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불신은 계속되고 있다.

미군이 캠프 캐럴 기지 내부를 공개하면서 지하수 관정을 통해 취수한 물을 음용수로 이용하고 있다며 안전함을 강조한데 이어 기지 밖 지하수 조사결과가 `불검출'로 나왔는데도 지역 주민들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미군이 기지 내 지하수를 마시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수 절차를 거쳐 음용수로 쓰고 있는데다 기지 안팎의 토양조사 결과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1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캠프 캐럴을 방문했을 때 미군 측은 기지 내 지하수 사용방법에 대해 `적절한 정수과정을 거쳐 마시고 있다'고 확인해줬다"며 "기본적인 안전성은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칠곡군의회 관계자는 "미군기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수차례 확인했으나 정말 미군이 기지 안에서 지하수를 직접 마시고 있는지조차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주민들이 믿을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산업의학과장은 "칠곡 주민들이 지하수에 대한 고엽제 공포를 벗어던질 수 있으려면 기지 내부와 주변 토양조사에서도 다이옥신 불검출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오염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제대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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