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4.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과 지도부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4.8

보선 패배 반성 속 언론 편향성 주목

언론들, 반대편엔 가혹·자기편엔 애정

언론개혁 6대 법안 개정 추진 공식화

전문가 “개혁 이슈, 당분간은 아닐 것”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4.7 재보궐선거 패배는) 검찰개혁 때문에 진 게 아니다. 불공정을 해소를 위해 검찰개혁·언론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9일 페이스북 글)

“(여권에 불공정한 언론 보도가) 이번 선거에서 좀 더 심했다고 본다. 재보선에서 이런 정도였는데 대선에서까지 언론이 편파적이라는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주의에 위험 요소가 될 것이다.”(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 8일 MBC라디오 인터뷰)

“내곡동 얘기는 중요한데, 이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언론들의 보도 태도도 한번은 검증대상이 될 것이다. 지나치다.”(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선거 직전인 6일 CBS라디오 인터뷰)

“언론과 포털사이트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미디어 바우처 제도는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살리기 위한 제도입니다.”(민주당 김승원 의원, 6일 페이스북 글)

4.7 재보선에서 완패로 끝난 민주당 내에 흐르는 기류다. 전체적인 반성의 흐름 속 선거 패인에 대한 갖가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여권은 특히 포털을 포함한 언론의 노골적인 편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당의 참패 요인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땅투기 의혹 사태, 서초·강남·송파로 이어지는 ‘부동산 벨트’의 욕망 투영, 보수 지형의 보복성 투표, 공정의 가치 훼손에 대한 20·30 세대의 분노의 표심이라는 등의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기울어진 언론 지형이 가장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LH 사태가 촉발됐을 때만 해도 연이은 부동산 문제로 민주당에겐 ‘이번 선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데 비중을 뒀지만, 그러나 적어도 한 차례 정도는 반전 가능성이 있었다는 시각이 많았다.

선거 직전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 관련, 당시 이 지역을 오갔다는 목격자들과 생태탕집 아들의 생생한 증언이 KBS와 TBS 보도로 터져 나왔을 때가 변곡점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를 보도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만 다뤘고, 되려 메신저에 대한 ‘신상털기’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 물타기로 야권 후보를 감싸고 나섰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도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은 사실 오세훈 후보나 박형준 후보와 경쟁한 게 아니라 언론과의 한 판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종편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에 포털까지 기울어진 운동장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의 폐해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의 행태를 보면 반대편에 선 세력에겐 작은 흠결조차도 과장·침소봉대·판키우기·물어뜯기가 주특기라고 할 정도로 가혹한 데 반해, 자기편에 속해 있는 자들에겐 큰 문제도 못 본체 하는 등 한없는 애정을 쏟아 왔다.

견고한 수구 기득권 카르텔 속 민주 진영은 늘 힘겨운 싸움을 해왔는데, 여기에 더해 이명박 정권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이 주도해 통과시킨 ‘미디어법’은 이들 언론에 날개를 달아줬다.

소위 ‘방송’을 허용해 준 것인데, 당시 지상파 바로 뒷 채널을 배정해주는 엄청난 특혜까지 베푸는 등 이후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갔다. 더 가관인 것은 각종 무리한 보도나 가짜뉴스들을 쏟아내도 정작 큰 제재를 받지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금은 뉴스 소비의 주축이 된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까지 편파적인 기사 배치를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노골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따르면 이들 포털은 보수 매체들의 기사를 화면 맨 상단에 배치해 주로 노출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여론 지형을 의도적으로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털 측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편집하므로 불공정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인공지능도 결국은 사람이 셋팅한 대로 또 학습시킨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제휴 심사를 담당하는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의위원회’가 지난 19일과 23일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를 포함한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개정하기로 의결했다. ⓒ천지일보 2021.2.25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제휴 심사를 담당하는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의위원회’가 지난 19일과 23일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를 포함한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개정하기로 의결했다. ⓒ천지일보 2021.2.25

◆여권, 보선 참패에 ‘언론·포털 개혁’ 각성

여당도 포탈을 포함한 언론 개혁의 중요성에 뒤늦게 절감하는 모양새다. 4월 보선이 언론·포탈 개혁의 각성제 역할을 한 셈인데, 대대적인 수술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태에 경악한 여권이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서 되돌아선 것과 궤를 같이한다.

물론 여권 지지자들은 개혁을 위해 180석이란 강력한 무기를 줬음에도 야권과의 협치를 내세우다가, 이리저리 눈치만 보다가 안이하게 대처하는 등 속수무책 무릎을 꿇었다고 지적한다. 어차피 내 편도 아닌데다가 이래도 욕, 저래도 욕이라면 강력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야권의 반발에도 ‘인터넷상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한 언론개혁 6대 법안(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형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에서 고의성이 있는 거짓·불법 정보로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본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청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일각에선 이 정도로는 안 되고 보다 강력한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법안(언론사 매출액에 비례해 배상금액을 매기는 제도)을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포털의 기사 제공 금지 방안 등 규제 법안과 함께 ‘미디어 바우처(언론 집행 비용을 시민에게 주는 방식)’ 제도의 도입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 평론가는 “언론·포털 개혁 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 전면에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단은 전술상으로도 선거 패배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수사기관 감찰기구의 독립성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수사기관 감찰기구의 독립성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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