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기장 해녀들과 어민들이 기장수협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인 가운데 한수원과 기장수협 간 전남대 용역보고서 파기 의혹에 대한 규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공: 기장군어업피해대책위원회) ⓒ천지일보 2021.4.10
지난 3월 18일 기장 해녀들과 어민들이 기장수협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인 가운데 한수원과 기장수협 간 전남대 용역보고서 파기 의혹에 대한 규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공: 기장군어업피해대책위원회) ⓒ천지일보 2021.4.10

해녀·어민들 수협에 ‘호통’
온배수 피해 재조사도 갈등
어대위 “수십 년 보상 없어”
한수원 “전남대, 근거 부족”

[천지일보=김가현 기자] “왜 기장수협이 어민 몰래 한수원과 불법합의를 했느냐, 왜 어민들을 분열시키고 어민들이 소송을 해서 보상을 받아야 되는가 이 말입니다.”

김종학 기장군 어업피해대책위원회(어대위) 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와 만나 고리원전 온배수 피해보상 관련 지역 해녀들과 어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들은 “기장수협이 고리원전의 온배수 피해 보상을 지연시켰다”며 지난 3월 18일 기장수협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사실규명을 촉구했다.

김종학 기장어대위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2월 2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어대위는 고리원전 온배수 배출에 따른 어업생산 감소를 인정하고 ‘1995년 이전 기장수협 위판실적 자료’를 적용해 용역 재조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재조사는 전남대학교 수산과학연구소에서 용역을 맡아 피해범위 조사에 착수했다. 한수원은 전남대 용역보고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어대위와 함께 검증 후 60일 내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합의도 진행했다.

지난 3월 18일 기장 해녀들과 어민들이 기장수협에서 한수원과 기장수협 간 전남대 용역보고서 파기 의혹에 대한 규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공: 기장군어업피해대책위원회) ⓒ천지일보 2021.4.10
지난 3월 18일 기장 해녀들과 어민들이 기장수협에서 한수원과 기장수협 간 전남대 용역보고서 파기 의혹에 대한 규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공: 기장군어업피해대책위원회) ⓒ천지일보 2021.4.10

2012년 전남대 용역팀은 온배수 피해 확산범위에 대해 7.8㎞, 어업피해 범위는 17.5km까지 이른다고 보고했다. 이 같은 용역 결과가 발표되자 한수원은 전남대학교 용역보고서 결과에 대해 보상금이 너무 많고 근거 없다며 부정했다. 어민들도 즉각 반발했고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합의한 절차대로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온배수 피해범위 조사는 앞서 2006년 한수원과 어대위가 온배수 피해조사 합의 후 부경대학교 해양과학기술연구소(한수원 추천)와 한국해양대학교 해양연구소(어대위 추천)가 처음으로 1차 조사를 시행했다.

이들 두 기관은 2007년 온배수 피해범위 1차 조사결과 확산범위는 5.7㎞에 달하고 어업 피해규모는 7.8㎞까지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피해 조사결과가 실제 피해규모와 차이가 커 “터무니없이 적다”고 이의를 제기해 재차 조사에 들어가게 됐다.

김종학 기장어대위 위원장은 “1차 조사에 이어 재조사까지 시행했고 이제 전남대 용역보고서 결과대로 한수원은 피해보상금을 지급하면 되는 시점에, 기장수협 전 조합장이 불법으로 개입해 어대위와 상의도 없이 기장수협 직인으로 한수원과 ‘전남대 보고서를 파기한다’는 것에 합의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천지일보=김가현 기자] 지난 8일 김종학 기장어대위 위원장이 한수원과 수십 년간 소송과 합의 등을 반복해 오며 쌓인 자료들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0
[천지일보=김가현 기자] 지난 8일 김종학 기장어대위 위원장이 한수원과 수십 년간 소송과 합의 등을 반복해 오며 쌓인 자료들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1.4.10

김 위원장은 “기장수협은 어민의 대표로서 앞장서서 한수원에게 피해 보상을 독려해야 함에도 오히려 어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면서 “지난 1971년 원전건설 때부터 50년째 어떠한 피해보상도 없었다. 한수원은 전남대 보고서대로 피해보상을 해주면 금액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 것인데, 왜 또 소송을 해서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기장수협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장수협은 어민들의 보상 관련 서류업무를 도와주는 입장이었지 우리에게 결정권은 전혀 없다. 앞으로도 어민들과 한수원 간 합의에 따라 수협으로 입금되는 보상금을 전해주는 입장일 뿐이다”고 중립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장수협의 해명에도 지역 해녀들과 어민들의 원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기장수협은 지난 1일 한수원에 ‘온배수 피해보상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이번 피해보상금 관련 건으로 수협 이미지 손상과 존폐위기는 물론 수협을 상대로 한 각종 민형사상 소송으로 어업인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등 상당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며 “기장군 어업인들과 빠른 시일 내 원만한 협의를 진행하고 민원이 해결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원전 배수구에서 무단 방류되고 있는 퇴적물. (제공: 기장군어업피해대책위원회) ⓒ천지일보 2021.4.10
원전 배수구에서 무단 방류되고 있는 퇴적물. (제공: 기장군어업피해대책위원회) ⓒ천지일보 2021.4.10

한수원 측은 전남대에서 제출한 용역보고서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용역비 지급 여부에 대한 정당성을 다툰 것인데, 하자가 있는 전남대 보고서대로 보상을 해 주면 공기업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한수원은 앞으로 합리적인 보상 방안 마련을 위해 보고서를 수정하는 방안을 비롯해 여러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어민들과도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했다.

고리원전 온배수 피해보상의 갈등은 고리원전 1호기가 본격 가동된 1978년부터다. 원전의 열을 식히는 냉각수로 바닷물을 끌어다 쓰고 이때 7∼9℃ 데워진 온배수가 초당 200톤가량 바다로 방출된다. 이로 인해 주변 해역 수온 상승과 생태계 교란 등 피해가 발생하고 미역 등의 양식업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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