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중 무릎 꿇고 사죄하기도
경찰, 5개 혐의 적용 검찰송치
살인·지속적괴롭힘 등 혐의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태현(24)이 검찰에 송치되면서 언론에 얼굴을 공개했다. 김태현은 “이렇게 뻔뻔하게 눈을 뜨고 숨을 쉬는 것도 죄책감이 든다”며 사죄했다.
김태현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도봉경찰서 정문 앞에 마스크를 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심경을 묻자 김태현은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못 드릴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 양해를 구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냐는 질문엔 김태현의 팔을 붙들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잠깐 팔을 놔주실 수 있냐”고 요청했다.
이후 경찰관들이 팔을 놓자, 무릎을 꿇은 뒤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 숨 쉬는 것만으로 죄책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살아 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가족분들,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 말씀 드리고 싶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온전한 얼굴 공개가 되지 않자 취재진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지 물었고, 김태현은 마스크를 스스로 벗었다. 마스크 아래 공개된 민낯은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이어지는 스토킹 관련 질문과 범행 계획 등에 대한 질문엔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 내뱉은 뒤 호송차에 올랐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노원경찰서는 이날 김태현에게 살인,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
김태현은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하고 자해를 시도해 중상을 입은 채로 경찰에 검거됐다.
김태현은 물품배송기사로 위장해 피해자 집에 접근해 먼저 집에 있던 작은 딸을 살해했다. 이후 집에 돌아온 엄마와 큰딸을 차례로 죽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현은 이전부터 큰딸을 지속적으로 스토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첫 조사에서 김태현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큰딸과 직접 만난 이후 범행을 하기까지의 과정과 동기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은 질문에 잘 대답했으며,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4일 경찰은 김태현을 구속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북부지법은 “도망할 염려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신상정보 공개심의원회는 5일 심의를 거쳐 김태현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