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은 옛말이 됐다. 연일 500명을 오르내리더니 일일 700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유흥주점, 교회, 음식점, 학원, 코인노래방, 식당 등 특정 지역과 집단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부산유흥주점 확진자만 300여명을 비롯해 4차 대유행 조짐이 보인다. 2.5단계 적용기준도 웃돌고 있다. 하지만 1년여 넘게 코로나가 이어지면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시민들에게 일일 확진자 700명도 별다른 긴장감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럴수록 야속한 것은 백신정책이다. 우리나라의 백신접종률은 111위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 낮은 백신접종률은 올해 경제의 최대 리스크이기도 하다. 11월 집단면역은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코로나로 실적이 악화됐던 기업들의 실적개선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해외에서는 백신비자 보유자를 대상으로 여행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 접종률로는 우리나라가 자가 격리를 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중국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유통분야의 전망은 더더욱 어둡다.

한 때 K방역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자는 치료제를 빠르게 확보한 국가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K방역도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다. 초기에 바짝 긴장해 방역수칙을 엄수했던 우리 국민이 피로감에 지치고 방역수칙에도 무뎌지면서 K방역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게다가 접종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특이 혈전증과 연관성이 있다고 유럽의약품청이 밝히면서 접종계획 전체가 비상이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백신 중 약 60%가 아스트라제네카다.

우리나라는 백신정책에서 확실히 실패했다. 책임자와 전문가 없이 탁상공론만 하다 백신 확보가 늦은 것이 첫 번째 실패고, 아스트라제네카에만 의존한 것이 두 번째 실패가 됐다. K방역으로 뜬 문재인 정부가 백신 확보에 굼떠 온 국민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니 아이러니다. 이제 해결책은 외교력을 발휘하는 것밖에 없다. 미국이 보유 백신을 외교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해당 물량 확보를 위해 백신외교에 즉각 나서야 한다. 지난번 모더나 측에 문 대통령이 직접 백신계약을 위해 통화했던 것처럼 말이다. 백신확보는 먼저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길이고 나아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니만큼 그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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