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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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내세워 오는 7월 열릴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해 세계 스포츠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북한 체육성은 6일 ‘조선체육’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3월 25일 총회에서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불참을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를 코로나19로 돌렸다. 하지만 북한의 올림픽 불참 이유는 단지 코로나19로만 볼 수 없다. 코로나19의 문제가 북한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국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각국 등은 물론 남북한 모두 똑같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이외의 다른 요인이 있다고 보이는 이유이다.

북한의 불참 발표는 공교롭게도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를 2년간 연장하기로 결정한 당일 나왔다. 일본의 대북 제재는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와는 별개로 2006년부터 북한을 상대로 한 수출입 전면 금지, 북한 선적 및 기항 경력이 있는 선박의 입항 금지 등을 독자적으로 해왔다. 이 제재가 오는 13일 만료기한인데 북한이 올림픽 불참 선언을 하는 날 연장 조치를 했던 것이다. 이런 정황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북한 불참은 정치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북한 체육 최고위층인 장웅 IOC 명예위원은 지난 2017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 스포츠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포츠 보다 정치적인 영역을 더 우위에 두고 있는 북한의 사정을 솔직하게 표현했던 것이다. 북한 체제에서는 스포츠인의 눈으로 봐도 정치가 체육보다 더 상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북한은 스포츠와 관련한 중요 결정을 할 때 정치적인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왔다. 북한이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개막 하루 전에 ‘보이콧’을 선언하고 선수단을 현지에서 철수했던 것은 IOC가 인가하지 않는 비동맹 대회 출전 선수에 대한 제재와 국호 ‘North Korea’ 사용 문제 때문이었다. 당시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 중심으로 치러진 반국제올림픽위원회 성격의 신흥국경기대회(GANEFO)에 출전한 선수들이 IOC로부터 올림픽 출전 금지 제재를 받자 이에 반발했다. 또 북한이 요구한 ‘에가(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 사용을 막고 대신 ‘North Koreaa’란 국호로 지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57년 만에 일본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선 일본 정부가 경제 제재를 연장하자 다시 뿌리깊은 일본과의 적대 감정이 되살아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한국, 미국, 일본 등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면 필사적으로 대응하곤 했다.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 이후 원만하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게 된 뒤 더욱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한국, 미국, 일본 등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고서는 남북 및 북-미 대회에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며 마치 남북 간에 물꼬가 트였던 것처럼 행동하던 북한이 3년 만에 태도를 바꿔 세계최대 스포츠제전인 올림픽에 불참을 결정한 배경을 꼼꼼히 분석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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