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회초리가 아니라 돌을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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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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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경악할 만큼의 민주당 참패였다. 게다가 지난해 21대 총선 완승의 기세가 여전히 살아있을 법도 한데, 불과 일 년여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과 부산의 선거결과에서 민주당은 무엇 하나 이렇다 할 의미를 찾을 만한 것도 없다. ‘역대급 참패’로 기록될 뿐이다. 그렇다면 지난 일 년여 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민주당 참패의 원인은 어렵지 않게 짚어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어쩌면 그렇게 노무현 정부의 실패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는지, 그것이 참으로 기이하고도 납득하기 어렵다. 부동산 정책의 참사와 이로 인한 극심한 민심 이반, 자고나면 터지는 오만과 독선의 헛소리들, 그리고 끼리끼리 뭉치는 정파적 패권주의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 ‘내로남불’이라는 요상한 말이 크게 회자됐던 것도 이런 배경이다.

사실 그동안 민심 이반을 뜻하는 빨간 불이 몇 번은 켜졌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국민의 상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부 인사들이 경거망동하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편협한 인사정책이 가장 결정적이다. 사람을 잘 못 쓴 것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그 분수령이었다. 사전에 더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했다. 그것이 부족했다면 일이 터졌을 때라도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단호하게 내쳤어야 했다.

야당과 분노한 민심에 약간의 빌미라도 주는 일은 자충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끌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은 채 성난 민심을 대변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과 싸우기를 종용했던 일부 참모들은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문 대통령도 그들을 껴안았다. 내가 정의요, 내가 옳다는 강변에는 더 말할 가치도 없다. 그런 사이 시간만 흘렀다. 이젠 국민이 그들을 퇴진시키는 형국이 된 셈이다. 모든 것은 그 때부터 뒤틀렸다.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째에 결국 곪아서 터져버린 부동산 정책 참사는 가장 결정적 패인이다. 모든 국민을 ‘루저(패배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는 여태껏 끊이질 않았다. 오죽했으면 ‘영끌’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 와중에 ‘LH사태’가 불거졌다. 말 그대로 국민을 배신한 것이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는 격이다. 게다가 그 수장이 국토부 장관으로 영전했으니, 민심을 농락해도 이럴 순 없는 일이었다. 급기야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사퇴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지난 4년간 그토록 ‘적폐청산’을 외쳐댔지만, 정작 민생현안과 직결된 적폐청산엔 손을 놓았다는 비판과 분노는 상상 그 이상의 것이었다. 이번 4.7 재보선에서 ‘정권심판’의 기세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순 없었다. 그 어떤 변명이나 사과, 정책도 소용이 없었다. 역대급 참패는 이미 예고됐던 결과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대로 가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레임덕’이다. 아니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이번 4.7 재보선에선 아예 문 대통령의 ‘문’자도 없었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더 이상 여론에 호응할 것이 없으니, 이젠 언급조차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문재인 대통령이 그 때와 닮은꼴로 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번 4.7 재보선의 결과를 뼛속으로 새겨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도 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일 년은 남아있다는 점이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비록 이번엔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모두 졌지만, 지방권력은 여전히 민주당이 대세다. 국회도 이미 여당이 절대 다수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문 대통령 지지율도 여전히 30% 이상이다. 따라서 결심만 제대로 한다면 남은 일 년도 국정혁신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성과도 일 년 안에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미 그런 정치적 조건이 구축돼 있다. 문 대통령의 결심과 그에 호응하는 인재들만 제대로 발탁한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살아 있다는 얘기다.

한 가지 더 짚는다면 이번 4.7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완승을 한 것은 그들이 무엇인가를 잘 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확인 됐듯이 오세훈, 박형준 후보의 압승은 ‘정권심판’의 거센 바람을 탄 것이다. 인물도, 정책도, 비전도, 자질도 크게 이슈가 되질 않았다. 오직 정권심판의 태풍에 떠밀려 누군 참패를 하고, 그 반대편은 완승을 하는 그런 구도였다. 이 대목은 승자인 국민의힘도 깊이 고민할 부분이다. 언제까지 상대방 실책만 기다릴 수도, 또 이제는 그럴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분노한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국정대혁신’의 성과를 만들어 낸다면 여론은 다시 출렁일 수밖에 없다. 굳이 ‘반사판’에 다름 아닌 국민의힘 지지에 머물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정치권의 실질적 경쟁은 지금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대혁신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핵심 인물을 바꾸고 국정운영 방식까지 바꾸는 전면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그 무엇도 기대할 것이 없다. 이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존망의 문제’라는 점에서도 국정대혁신은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시간과 역량이 남아있다는 것을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선거 참패 후 박영선 후보가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들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마나한 답변에 그 진정성마저 약하다. 시민들은 회초리를 든 게 아니다. 여권 전체를 향해 분노의 돌멩이를 던졌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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