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문질빈빈(文質彬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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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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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自然)은 문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자연의 반대어는 인위적인 행위로 만들어진 문화(文化)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문화를 탐탁하지 않게 여겼다. 문(文)은 문(紋)과 같은 뜻으로 자연적인 상태에 인위적인 조치를 가한 것이다. 교육은 문화를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다. 논어 옹야(雍也)에서는 질승문즉야(質勝文則野), 문승질즉사(文勝質則史). 문질빈빈(文質彬彬), 연후군자(然後君子)라고 했다. 본질이 문화를 능가하면 야만적이고, 문화가 본질을 능가하면 형식적이다.

문화와 본질이 균형을 이루어야 비로소 군자가 된다는 뜻이다. 어느 역사를 막론하고, 100년 이상 태평하면 문화와 예술이 발전한다. 그러나 지나친 문화와 예술은 사회적 건강을 해친다. 그리스와 로마는 문화가 가장 절정에 이르렀을 때 야만에게 망하기 시작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문화를 버리면 자연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이미 문화를 등지고 생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완벽하게 자연에 순응하는 것은 생명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하다. 미라를 보면 사람은 죽어서도 자연과 동화하기가 어렵다. 인간은 문화적 생명체라는 말을 붙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화와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문화를 무시하면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미의 추구는 삶의 중요한 요인이다. 공자의 말처럼 선천적으로 소박한 기질과 후천적 문화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관건이다.

소수의 인구로 엄청난 인구와 영토를 지배했던 만주족의 지배자들은 특유의 소박함을 잃지 않는 것이 강인함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을 지배한 역대 북방민족들이 모두 문화에 동화되면서 자생력을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질을 유지하기 위해 만주족으로 구성된 팔기(八旗)를 특정한 지역에 고립시켰다. 강희제는 만주족의 기상을 유지하기 위해 만리장성 너머 승덕(承德)에 피서산장이라는 별궁을 건설하고 군사훈련을 겸한 사냥을 실시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팔기의 자제들이 문화에 젖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현대인에게 자연에 순응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연은 이제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지만, 형체를 지니지 않았으므로 누구도 독점을 하지는 못한다. 시간이 일으키는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낮과 밤, 계절의 변화이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서 만물도 변화한다. 낮에는 활동을 하고 밤에는 휴식을 해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로 활동을 해야 하지만 겨울이 되면 최대한 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문화가 시간마저도 잠식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낮에 일을 하고 밤에 잠을 잘 수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화는 인간이 향유해왔던 휴식의 시간을 엄청나게 빼앗고 말았다. 사람들은 수면부족으로 낮 시간의 왕성한 활동력을 상실하고 있지만, 밤이 되면 또다시 자연이 지시한 휴식을 거부한다.

자연에 순응한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밤에 잠만 잘 자도 된다. 동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을 읽어보면 깜짝 놀란다. 의학고전이므로 치료방법이 잔뜩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시종일관 처방에 관한 언급을 찾기는 어렵다. 자연의 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현상과 인간이 거기에 어떻게 순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다.

요지는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이며, 무리의 기준은 시간의 변화에 역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봄이 왔다고 성급히 내복을 벗지 말 것, 가을에 선선하다고 갑자기 두꺼운 옷을 껴입지 말 것. 제철에 난 음식을 먹을 것. 겨울에는 늦잠을 잘 것 등등 너무도 당연한 사항들이 대종을 이룬다. 하루에서 음기가 가장 충만할 때는 밤 11시 30분에서 다음 날 오전 1시 30분까지인 자시(子時)이므로 이때는 반드시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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