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민심 확인한 정치권, 정계개편 소용돌이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민심이 4.7재보궐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했다. 이로써 여야 모두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8일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안고 총사퇴했다. 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8일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저희의 부족함으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렸다.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비대위를 꾸리고, 비대위원장에 도종환 의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에는 민홍철, 이학영, 도종환, 신현영, 오영환, 김영진 의원과 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등 7명으로 구성키로 했다.

김 직무대행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쇄신에 전념하겠다”며 “그동안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전국의 당원 동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며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재보선 참패와 맞물려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민심 수습용 개각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 교체가 첫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후임 총리로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포스트 재보선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서울·부산 시장 탈환을 통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보는 국민의힘은 향후 야권 재편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에 치러지는 대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관계 설정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취임 10개월 만에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약속대로 직을 내려놨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착각하고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다시 사분오열하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의힘은 이제 전당대회 준비체제로 들어간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을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또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조율하고 의견을 모으고 결정하는 과정 동안 저희도 나름대로 그런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교체가 가능한 최선의 방법 무엇인가를 기준에 두고 야권의 뜻을 모으면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