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출처: 연합뉴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출처: 연합뉴스)

‘자동차판 에어비앤비’ 처음 선보여

민간용 ‘교통약자용 통원 서비스’도

아케이드 게임센터도 규제의 변화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그동안 낡은 규제에 가로막혔던 신사업에 길을 열어주는 샌드박스 심의가 열렸다. 심의서 소규모 차량 렌트업 등 다양한 사업들이 승인돼 눈길을 끈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대한상의 샌드박스지원센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ICT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웃간 유휴차량 대여중개 플랫폼 ▲이동약자 맞춤 병원동행 서비스(2건) ▲가족형 오락센터 내 포인트 보상형 아케이드 게임 서비스(4건) 등 총 7건을 승인했다.

샌드박스(Sandbox)란 ‘모래 상자’라는 뜻으로 모래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대로 창작·사업을 하도록 돕는 수단·방법’ 등을 말한다.

◆“이웃에 내 車 빌려주고 렌트비 번다”

이날 위원회에선 ㈜타운즈가 신청한 이웃 간 유휴 차량 중개 대여 플랫폼이 실증 특례를 승인받았다. 동일 아파트(오피스텔 포함) 단지 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개인소유 차량을 플랫폼에 등록하면 다른 입주민에게 단기 대여(렌트)하는 서비스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자동차대여사업의 최소 등록요건을 50대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 소규모(1~2대) 렌트사업은 불가능했다.

심의위는 “유휴차량 공유를 통해 인프라가 부족한 신도시 거주민의 이동권 확대, 대중 교통난과 주차난 해소가 기대되고, 소규모 대여사업의 타당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실증 특례를 부여했다. 다만, 안전 등을 위해 보험 가입 및 차량 점검, 임차인에 대한 운전 자격 확인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타운즈는 경기 하남시에서 약 500대를 대상으로 실증테스트를 시작하고, 향후 실증결과에 따라 서비스 지역과 공급 차량 대수를 늘려갈 예정이다.

최윤진 ㈜타운즈 대표는“아파트 주차장에 쓰지 않고 장시간 방치된 차량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유휴 차량을 이웃과 공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 모델로, 입주민들의 이동권 향상과 주차난 해소는 물론 차량 소유자는 부가 수입을 얻게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외에서는 이미 Turo(미국), CarNextDoor(호주) 등 개인 간 차량공유 서비스가 폭넓게 확산 중이다. SK, 현대차 등도 이들 기업에 투자한 바 있다. 타운즈 또한 이날 샌드박스 승인 직후 주요 VC투자사로부터 수십억원의 투자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웃간 유휴차량 대여 중개 플랫폼.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이웃간 유휴차량 대여 중개 플랫폼.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 위한 ‘민간형’ 병원동행 서비스 시동

네츠모빌리티, 힐빙케어가 신청한 ‘이동약자 맞춤 병원동행 서비스’도 승인을 받았다. 이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가기 어려운 65세 이상의 고령자, 장애인, 골절환자 등을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다. 특수개조차량에 휠체어를 탄 채 탑승이 가능하며, 동행 매니저가 병원 도착 후 접수, 진료실 이동 후 귀가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자가용을 통한 교통 약자 유상운송은 국가·지자체만 가능하고 민간업체들은 금지돼 있었다.

심의위는“노인,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교통 편의성 제고가 기대되고, 장애인에 대해 국가·지자체에서만 제공되는 이동약자 서비스를 민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 실증을 통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실증 특례를 부여했다.

네츠모빌리티와 힐빙케어는 우선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시범 운영 후 실증결과를 토대로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거쳐 운행 대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원종 네츠모빌리티 대표는 “중증질환이나 갑작스런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어르신들은 이용할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다. 또 보호자도 생업 문제로 매번 병원 진료를 동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샌드박스를 통해 ‘혼자라서’ ‘거동이 불편해서’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케이드 게임센터 관련 규제도 변화의 바람이

‘한국형 가족게임센터 경품교환게임 서비스’도 샌드박스를 통과했다.

경품교환서비스는 오락실이나 복합 문화시설 내 아케이드형 게임기에서 플레이 결과에 따라 포인트를 주고, 이를 인형이나 생활용품 등의 경품으로 교환해주는 서비스다.

경품교환게임 방식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오락 문화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 게임산업법상 불가능하다. 경품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심의위는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게임 문화 확산이 기대된다”며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다만 사행성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 운이나 우연이 개입할 수 없도록 비디오 게임기를 제외하고 기계식 게임기만으로 한정했다. 또한 1회당 투입 금액 제한, 경품 금액 제한(최대 30만원), 이용자 간 포인트 거래나 교환을 금지했다.

한편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에서 국내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PC게임이 12.5%, 모바일 게임이 9.1% 비교적 높지만, 아케이드 게임은 0.7%로 매우 낮았다.

가족형 오락센터 내 포인트 보상형 아케이드 게임 서비스.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가족형 오락센터 내 포인트 보상형 아케이드 게임 서비스.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혁신사업자 발목잡는 제도 있다면 ‘샌드박스지원센터’서 상담가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오늘 샌드박스를 통과한 과제들은 공유경제를 통한 지역사회 교통난 해결에서부터 모빌리티 혁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증대와 함께 게임산업의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테스트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고 말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국내 첫 샌드박스 민간 기구다. ICT융합, 산업융합, 금융혁신 샌드박스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지원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68건의 혁신제품과 서비스가 샌드박스 특례를 받았다.

법‧제도가 없어서, 낡은 법·제도로 사업화를 못 하는 기업들은 대한상의 샌드박스 홈페이지에서 컨설팅받을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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