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층권 에어로졸 주입, 해상 구름 표백(해수를 공중에 뿌려 거대한 구름층 형성) 등 태양 지구공학 기술들. (출처: 미국 과학 학회)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 해상 구름 표백(해수를 공중에 뿌려 거대한 구름층 형성) 등 태양 지구공학 기술들. (출처: 미국 과학 학회)

햇빛 차단해 온도 낮추는 기술

美 정책기구 정부에 연구 권고

찬반 논란 심해 실험도 무산

“생태계 파괴” “효과 따져봐야”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구 온난화로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해 중 9년이 지난 10년 사이에 집중됐다. 지구 온난화 속도가 늦춰지지 않는다면, 인간과 자연은 점점 더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곧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가?’

태양 빛을 인위적으로 가려 지구를 식히려는 과학계의 논의가 최근 점점 더 고개를 들고 있다.

지구공학(geoengineering) 또는 기후공학(climate engineering)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햇빛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지구 온도를 떨어뜨리려는 방안이다. 이는 대기에 에어로졸을 뿌려 햇빛의 입사를 막거나 거대한 반사판이나 인공 구름을 만들어 햇빛을 우주로 반사시키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지구공학 기술은 전부터 논의가 돼 왔으나 지난달 말 미국 정부에 정책 조언을 하고 있는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한림원)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이 기술을 연구하는 데 5년간 1억~2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특정 입장을 취하진 않지만 정부가 지구공학 기술이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무엇인지 등을 연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보고서를 작성한 스탠퍼드대 우즈환경연구소 소장인 크리스 필드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구공학은 탈(脫)탄소화를 대체할 수 없지만 실질적인 자금 지원을 받을만하며, 가능한 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연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구공학을 기후 정책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문제 중 하나임을 인정했다.

이러한 문제에는 남아시아 장마철 몬순 기후를 변화시키는 등 지역의 날씨 패턴을 잠재적으로 교란하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중의 노력이 줄어들고, 정부가 일정 기간 햇빛을 반사하기 시작했다가 나중에 중단하면 치명적인 온난화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문제도 있다.

6일(현지시간)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와 뉴욕시립대(CUNY) 등에 따르면 미시간주립대학 통합생물학과의 포이베 자네츠케 부교수 등이 이끄는 연구팀도 지구공학 기술이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현재 위험한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온난화를 피할 만큼 충분히 빨리 감소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탄소 줄이기를 위한 인류의 노력과 결과가 너무 미미해 세계가 다른 선택 사항을 검토하기 시작해야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지구공학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를 촉구했는데, 지구공학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논리와 증거를 통해 지구공학 기술 사용에 대한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만약 그 부작용이 가난한 나라에 집중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지구공학이 전 세계에 혜택을 주더라도 이 기술을 추구하지 않을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필드 소장은 말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에 반박했다. 코네티컷대 정치학 교수인 프라카시 카쉬완은 이 보고서에서 빈곤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촉구한 조치들은 연구가 시작되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공학은 미 의회에서 이미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2019년 말 의회는 이 기술을 연구할 수 있도록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4백만 달러를 배당했다.

지구공학에 회의적인 당내 진보 진영의 지지를 얻으려 했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한림원의 이 같은 권고로 계산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한림원뿐 아니라 연방항공우주국(나사), NOAA까지 이번 보고서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베댄트 패텔 백악관 대변인은 이 보고서에 대한 입장 요청에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위기 해결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다”며 “이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 방법을 조사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지난 1일(현지시간) 성층권에 대형 풍선을 띄워 햇빛을 반사시켜 지구의 온도를 식힐 수 있는지 실험해 보려던 하버드대 연구진의 실험은 논란 끝에 취소됐다. 앞서 화산재가 햇빛을 차단하듯 에어로졸이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를 직접 실험하는 ‘스코펙스(SCoPEx, 성층권통제섭동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하버드대 연구진은 스웨덴 북쪽 이스레인지 우주센터에서 이를 실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스웨덴우주공사는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 등의 반대로 실험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자문위원회는 스웨덴에서 스코펙스 연구가 실시되기 전 사회 참여가 이뤄져야 하며 실험은 2022년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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