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21일 오후 서울지역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최고 100㎜에 달하는 기습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도로가 통제되고 주택이 침수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
정부·지자체 대비 점검 나섰지만… 일부 수방대책 의문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지난해 9월 갑자기 쏟아진 기습 폭우로 서울과 수도권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 곳곳의 저지대 주택가뿐 아니라 광화문 광장 일대가 물에 잠겼다. 도심 한복판이 물에 잠기다니…. 왜 일까.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늘면서 도시홍수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폭우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상습 침수지역뿐 아니라 도심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호우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서울 도심이 잠기면서 도로와 전기 등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당시 서울에 시간당 98.5mm의 비가 내렸다.

이는 1942년 8월 5일 118mm, 1964년 9월 13일 116mm, 2001년 7월 15일 100mm에 이어 사상 네 번째 최대 강수량으로 기록됐다.

일부 도로는 무려 1m 20cm 높이 이상까지 물이 찼다. 이처럼 배수시설이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도심이 물에 잠기는 현상을 가리켜 ‘도시홍수’라고 하는데 버스정거장이 5cm 이상 물에 잠기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도시홍수의 위험성을 알리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최근 국립방재연구소 최우정 기후변화대응팀장이 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집중호우 변화를 조사한 결과, 2000년대 들어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1970년대보다 2.5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1시간에 비가 50㎜ 이상 내린 횟수가 1970년대 연평균 5.1회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 10회와 10.3회로 각각 늘었다가 2000년대에는 12.3회로 증가했다. 3시간 동안 100㎜ 이상 폭우가 내린 횟수도 1970년대 3.7회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 6.8회와 6.5회로 각각 늘었다가 2000년대에는 8.6회로 급증했다.

각종 도시 개발로 물이 스며드는 면적이 줄어들면서 유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폭우에 취약한 대도시 지역에 최근 3년 동안 물난리가 자주 발생했다.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늘면서 도시홍수의 위험성은 높아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주요 도로가 통제되거나 여러 시설과 장비들이 작동을 멈춰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

서울시립대 문영일 토목공학과 교수는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으로 홍수와 가뭄 빈도가 커지는 등 천재지변에 가까운 재난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를 고려한 단·중·장기적 방재성능 목표를 설정하는 등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문 교수는 “공원이나 운동장 등의 지하 공간을 활용해 대규모 저류시설 설치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큰 비용이 드는 사업인 만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고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빈발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해안가와 도시 저지대가 침수되지 않도록 특별 관리 등의 대비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운 중장기 수방대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 계획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지난해와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