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추석 명절인 9월 22일, 전날 내린 기습폭우로 저지대 일부가 침수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일대에서 119 구조대원 등이 침수지역 물을 퍼내고 있다. (연합)
구청별 침수 대비… 저지대 주택가 자동수중펌프, 물막이판 설치 나서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아휴 말도 마. 도로 쪽 창문에서 물이 넘쳐 들어와 허리까지 찼는데 눈 깜작할 사이였어. 급한 마음에 물을 막 퍼냈지. 순식간에 비가 들이닥치는데 나 혼자 당해낼 수가 있나… 또 폭우가 온다는데 걱정이야.”

지난 10일 기자가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과 강서구 화곡동 일대를 둘러보다 만난 60대 한 할머니는 지난해 겪은 수해악몽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지난해 추석연휴 첫 날, 서울에 내린 기습 폭우로 서울 전역의 저지대 일대는 물론 광화문 세종로와 일부 지하철역 등이 잠겼다.

‘100년 만의 폭우’로 시간당 93mm가량의 물 폭탄이 쏟아진 것이다. 1942년 이후 사상 네 번째로 최대 강수량 수치도 기록했다.

올해도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 예보에 침수가 잦은 지역 주민들은 또 집이 잠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폭우 피해가 컸던 양천·강서구 일대는 반지하 주택가이다. 강서구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우수역류방지시설을 설치한 김명자(57, 여) 씨. 화곡동에서만 10년 넘게 살았다는 김 씨는 반지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처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면 자연재해인데 어쩔 도리가 있겠느냐”며 “그래도 무방비로 당하는 것보다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 구에 설치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재해를 겪은 이후 세입자가 나가 방이 반년은 방치됐었다고 했다.

화곡동 일대 반지하로 이사 온 지 두 달 됐다는 정귀남(77) 할머니는 “사실 작년에 워낙 피해가 커서 이곳으로 올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집주인이 자동수중펌프랑 방수판도 설치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할머니는 “아직도 물기가 덜 빠진 것 같다”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몸서리쳤다.

서울 양천구·강서구 일대가 다른 지역에 비해 극심한 침수피해를 입었던 데는 지리적 특성이 한몫했다. 이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분지인데 산이 끝나는 지점과 빗물이 흘러들어 가는 안양천의 높낮이 차이가 3m에 불과하다 보니 비가 많이 오면 이 일대에 물이 고여 있게 된다.

▲ 집중호우 시 물막이판(좌)을 설치하면 집 안으로 물이 넘쳐 흘러오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자동수중펌프(우)를 설치하면 하수역류를 방지할 수 있다. (사진제공: 강서구·양천구청)
이 같은 저지대 지하주택의 침수를 막기 위해 강서구청과 양천구청에서는 자동수중펌프와 물막이판 설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저지대 지하주택에서 사용하는 수중펌프는 집중 호우 시 하수도로 하수가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됐다. 하지만 기존 수중펌프는 필요할 때마다 직접 작동시켜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강서구청 치수방재과 권미애 담당자는 “지난해 집중 호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 것이 하수도 및 방수시설의 미약”이라며 “자동수중펌프를 설치하면 집중호우 시 부재중이라도 감지센서가 작동해 자동으로 배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물막이판의 경우는 도로보다 낮은 지하주택으로의 노면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되는 것으로, 지역주민의 신청을 받아 설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막이판도 자동수중모터펌프와 같이 지하 주택 침수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지난해 하수관을 평소에 관리해주지 않아 배수가 잘 되지 않았던 점도 지적됐다. 이에 양천구에서는 ‘가정하수관 뚫리미’ 지원제도를 연중 시행하고 있다.

이상욱 양천구청 담당자는 “가정 하수관이 막혀 배수 소통이 되지 않는 가옥들을 대상으로 손쉽게 하수관을 청소할 수 있는 장비인 전동청소기를 동 주민센터에 배치해 놨다”며 “필요한 주민들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습 침수지역의 경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강서구와 양천구 경계 부근에 대형 저류조를 설치하는 등 장기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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