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 슈퍼판매에 대한 찬반논란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11년 전 의약분업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약사직능 평가 절하와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의약분업은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투약하고자 하는 약을 처방해 환자로 하여금 약국의 약사로부터 처방전의 내용대로 조제 받아 복용하도록 하는 제도로 환자에 대한 진찰·처방·조제를 의사·약사 간에 직능별로 분담·전문화해 불필요한 투약을 방지,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토록 하는 제도다.

국민보건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의약분업은 약사의 직능을 평가 절하한 것으로 약사나 국민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일반이다.

외려 병원에 가지 않고도 간단한 약 처방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조차 병원에 가서 약 처방 받는 일이 번거로워 병을 키운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런 의약분업도 모자라 이제는 슈퍼에서도 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진료는 의사에게 받고 약은 약사에게 받으라더니 이제는 의사도 약사도 아닌, 병원도 약국도 아닌 슈퍼에서 약을 사라고 하니 의약분업 당시 내세웠던 취지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물론 상시로 열려 있는 24시간 편의점과 같은 곳에서 일반약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늦은 밤 갑자기 소화가 안 된다거나 상처에 바르는 연고가 필요할 때 유용할 것이다.

일반약, 전문약 재분류 논의를 놓고도 약사회와 의협 사이의 의견대립이 팽배하다. 의협은 상비약인 감기약, 해열제, 진통제 등을 일반약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을 필요로 하는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조치이지만 심각한 약물 오남용 사례를 남길 수도 있기에 신중해야 할 부분이다.

일반약 슈퍼판매는 분명 일장일단이 있다. 좋을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편리를 따질 것인지 안전을 따질 것인지는 이제 전적으로 약을 필요로 하는 국민이 선택할 몫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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