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을지로 신사옥 전경 (제공: 케이뱅크)
케이뱅크 을지로 신사옥 전경 (제공: 케이뱅크)

수신은 가파르게 성장하는데

여신액 증가세는 못 따라가

건정성 지표 빨간불 어쩌나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최근 수신 잔액 10조원을 돌파했다. 영업 재개 직전인 작년 6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이 약 1조 8500억원에 불과했던 케이뱅크는 영업 재개 9개월 만에 수신고가 5배 이상 늘어났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8조 7200억원이었던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최근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방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작년 말 기준 제주은행의 총수신(약 5조 4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고, 전북은행의 총수신(약 15조 6000억원)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7년 4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시작한 지 4년 만에 지방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국내 2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3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이 약 25조 4000억원에 달했다. 전북은행은 물론 광주은행의 총수신(연말 기준 23조 7000억원)을 넘어섰다.

주목할 점은 수신고 10조원을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신한은행은 1994년 설립된 이래 11년 8개월 만에, 국민은행은 1990년 설립돼 27년만에 수신고 10조원을 달성했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출범한 뒤 4년 만에 이를 달성한 것이다.

수신 성장률도 가파르다. 케이뱅크의 2019년 말 대비 2020년 말 수신 성장률은 63.9%(2019년 말 총수신 2조 2845억원, 2020년 말 3조 7453억원)다.

이는 4대 시중은행과 6대 지방은행(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은행), 2개 인터넷전문은행 등 총 12개 은행 중 독보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12개 은행 중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곳은 신한은행과 광주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4곳이다. 케이뱅크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은행은 10%대 성장률을 나타냈다.

한 은행의 고객이 되는 가장 첫 단계가 입출금통장 개설인 만큼 입출금을 비롯한 예금, 적금 등 수신의 성장은 해당 은행의 이용고객 증가와 직결된다.

수신고의 급성장은 시중은행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등 제휴사 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케이뱅크는 최근 업비트 등 제휴사를 통한 고객 유입, 하루만 맡겨도 연 0.5%의 이자를 제공하는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100%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등 신상품에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해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수신고 성장에 비해 여신 잔액이 따라가지 못해 건전성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는 최근 예대율 관리에 나섰다. 여신액을 늘리기 위한 신상품 출시와 함께 이날 0시부터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듀얼K 입출금통장 ▲코드K 정기예금 ▲주거래우대 정기예금 등 4가지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1%p 내렸다.

파킹통장 ‘플러스박스’의 금리는 연 0.5%로 0.1%p 낮아졌다. 듀얼K 입출금통장은 우대금리를 0.1%p 줄어 최고금리가 기존 0.6%에서 0.5%로 깎였다. 코드K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0.1%p 인하한다. 이번 판매 중단으로 제휴 혜택 상품을 제외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케이뱅크의 자체 예·적금 상품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아울러 오는 5월부터는 ‘주거래우대 정기예금’ 상품의 신규판매를 종료하고 기존 상품의 경우 기본금리를 0.1%p 낮춘다. 주거래우대 정기예금은 케이뱅크 계좌를 주거래은행으로 사용하면 예금 우대금리를 최대 0.4%p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케이뱅크가 이 같은 수신상품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관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신액의 증가세가 수신액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8조 7200억원으로 전월(6조 8400억원) 대비 2조원 가까이 늘어난 반면 여신액은 약 3조 83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8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수신 잔액은 3개월 만에 5조원 가량 늘었지만, 여신 잔액은 같은 기간 8400억원 느는 데 그친 것이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는 우대금리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수신금리를 인하하는 등 예·적금 포트폴리오 단순화에 들어간다. 또 대출 상품 다변화로 예대율 관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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