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와 도쿄 올림픽 (CG) (출처: 연합뉴스)
IOC와 도쿄 올림픽 (출처: 연합뉴스)

北체육성 자체 홈페이지에 발표

통일부도 “北 불참 아쉽게 생각해”

일본 정부도 상황 파악하느라 분주

전문가 “北, 中동계올림픽 때 나설수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를 계기로 남북·북미 대화 재개의 발판으로 삼으려했던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도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北 “코로나19 상황서 선수보호 위해

북한 체육성은 이날 자체 ‘조선체육’ 홈페이지에 “북한 올림픽위원회 총회가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열렸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지난달 총회에서 올림픽위원장인 김일국 체육상의 보고와 토론들이 있었다”며 “새로운 5개년 경제개발계획 기간 동안 국제 경기에서 메달 획득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며 온 나라에 체육 열기를 고조시켜야 한다”고 여지를 뒀다.

지난달 이 총회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다. 총회에는 올림픽위원회 위원들과 체육부문, 연관 부문 일꾼들이 참석했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도쿄올림픽 개최를 불과 석 달 앞두고 불참을 전격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미중 갈등 속 편가르기가 심화하고 있는데다 마무리 수순에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해지는 듯한 분위기 등이 두루 작용한 것 같다”면서 “당장 외교적 출구를 찾기보다는 일단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방점을 뒀다고 봐진다. 또 내부 결속과 당 대회에서 내세운 군사력 등 과업 완성을 우선순위에 둔 시간벌기용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버틸수록 몸값이 올라가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우방인 중국은 유리한 옵션이다. 중국을 끼고 가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북한은 내년 2월께 중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둔, 즉 대화 재개의 물꼬로 이용하려 할 수 있다. 앞으로 각국의 주변 여건이 뭔가 확실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이 경우가 남은 카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불참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 여부엔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결정을 뒤집지는 않을 것이다. 명분도 없고 모양새가 빠진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좋아진다거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된다거나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올해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북한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는 6일 "조선 올림픽위원회는 총회에서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 결정했다"고 공개했다.사진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기수인 남측 원윤종, 북측 황충금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하고 있는 모습.

◆文정부, 대북구상도 수정 불가피

우리 정부도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가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왔는데, 북한이 불참을 공식 결정함에 따라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대북 구상’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이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이번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화해·협력을 진전시킨 계기가 되기를 바라왔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그러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국제 경기 공동 참가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진전 시킨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스포츠 등을 통해 계기를 찾기 위해 노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쿄올림픽 불참 발표에 당황하면서도 현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보도는 알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확인 중에 있다”면서 “우선은 올림픽위원회와 대회조직위 등과 조정해야 할 사안이므로 계속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불참이 납치문제 등 일본의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말엔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과) 직접 대화 용의도 있다”며 “이런 자세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답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역시 내심 이번 도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참가할 경우 납치문제 해결, 북일수교 등 북일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하고자 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지난 23일 도쿄 소재 한 건물에 설치된 2020년 도쿄올림픽 현수막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3일 도쿄 소재 한 건물에 설치된 2020년 도쿄올림픽 현수막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