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의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질문이 뜨끔했나. 여당 감싸기 논란이 일고 있는 선관위는 이 현수막을 걸지 못하게 했다. 현수막 중립성 위반이란다. 이번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추행 때문이다. 진심으로 자숙하고 반성한다면 애초에 시장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하지만 민주당은 당헌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후보를 내보냈다.

이어지는 행보를 보면 여전히 민주당은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고 반성도 없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엔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칭했던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국회의원이 참여했다가 여론 역풍에 억지 사퇴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원순이 그렇게 잘못했냐’는 말로 여당 인사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보여줬다.

게다가 최근에 한 국회의원에 의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부인하는 취지의 도서 ‘비극의 탄생’이 출간 2주일여 만에 서울시청을 비롯 서울 시내 공공도서관 곳곳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와 여당이 박 전 시장 사건을 ‘성추행쯤’으로 여기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하지 않는 여당 인사들이 또 시장으로 선출될까 피해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요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할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당헌 규정을 깨고 후보를 냈다. 스스로 만든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정당임을 입증한 마당에 무엇을 믿고 투표를 해달라고 하는지 의문이다. 선거는 민심 반영이다. 잘해야 인정받고 잘못하면 언제든지 민심이 돌아선다는 것을 국민 스스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권력자들이 오만하지 않고, 현재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왔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번 선거 결과 서울시장 부산시장이 모두 야당에서 나오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여당은 이런저런 선심 정책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권 유지가 정당의 목적인만큼 여당의 특권을 누리는 것이지만, 과거 고무신 막걸리에 넘어가던 때의 유권자들이 아니다. 사전 투표율은 서울 21.9% 부산 18.6%로 역대 최고다. 투표결과는 문재인 정부 4년 평가이자 차기 대권구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그러는 만큼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의 본질을 잃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해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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