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건설 현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중대재해법, 산재 사망사고 대책 이어

특별법까지… 보여주기식의 중복 규제”

“취지는 좋지만, 행정 간소화 절실하다”

“특별법, 지키려 해도 지킬수 없는 악법”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발주자의 안전관리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재추진될 것으로 보여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미 지나치게 복잡한 행정절차에 짐을 더 지워주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6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건설안전특별법을 일부 수정해 새 법안을 발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은 올해 1월 26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올해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안전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CEO, 공무원 및 법인의 형사처벌 등을 규정하고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법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대표 발의해 같은 해 1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특별법에는 ▲발주자의 충분한 공사기간·비용 확보 ▲감리자의 감리권·공사중지권 보장 ▲발주·설계·시공·감리자의 안전관리 의무 ▲안전관리 소홀시 처벌사항 등 내용이 담겼다.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은 국회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지난 3월 25일 국토교통부는 ‘2021 산재 사망사고 대책’ 발표를 통해 100억원 규모 이상 대규모의 건설 현장의 본사 중심으로 안전관리·특별감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대재해법과 국토부의 사망사고 대책에 이어 이번 특별법까지 정부과 국회의 규제가 중복되면서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보여주기식의 과도한 중복 규제”라고 비판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이어 중대재해법, 2021 산재 사망사고 대책 그리고 이번에 논의되는 특별법까지 이름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이름만 다른 중복 규제로 행정절차에만 많은 시간이 들어 오히려 안전관리에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장에서 지켜야 할 규정만 이미 200개가 넘는다”며 “현장 근무자들은 법학과 출신이 아니다. 그래도 관련 규정을 지켜야 하다 보니 서류들을 준비하다 보면 정작 필요한 안전 점검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하남시 미사지구 오피스텔 건설현장. (제공: 상가정보연구소)
하남시 미사지구 오피스텔 건설현장. (제공: 상가정보연구소)

B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특별법으로 인해 발주 시 공사 기간이 충분하게 확보된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도 “실무자 입장에선 업무가 많아져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정된 관리인력이 많은 근로자를 감독해야 하는데 지나친 행정절차로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형건설사들은 그나마 인력이 있어 서류들을 챙길 수 있지만, 중소건설사들이 이 많은 행정절차를 감당할지는 미지수”라며 “법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조치하도록 행정절차의 간소화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는 “중대재해법, 특별법 등 대책들은 지키려고 해도 지킬 수 없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법은 지킬 수 있도록 만들고 지키지 못했을 때 처벌해야 한다”며 “같은 내용의 법을 처벌 수위만 강조하는 이런 법들은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한 것이고 실질적인 사망사고 예방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백과사전을 만들어 놓고 이를 지키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아울러 “해당 법의 취지대로라면 기업에만 책임을 물 것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공공기관의 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안전 문제가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